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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Oct 06. 2024

식혜




1학년 장초딩의 어느 봄날. 

도서관 앞 자판기에서 식혜를 사달라고 조르는 녀석에게 

돈주고 설탕물을 먹이고 싶지 않은 에미의 짖궃은 주문.


"니가 식혜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엄마한테 '영어로' 설득해 보렴"

"I am thirsty and I am hungry.

That means I need water and 밥 합쳐!

That means I need  <식혜>

끝~ The End"

(나 지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거든.

그니까, 물이랑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거지.

고로, 나는 식혜를 마셔야 한다~규~

어때, 이만하면 됐지?)


우리말과 잉글리시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믹스'해버리는 

녀석의 귀여운 논리에 설득당하고 만 고슴도치 에미. 

그날의 비락 식혜는 참으로 달콤했지? 

  

P.S. 이때만 해도 어리석은 엄마는 몰랐어. 

얼마 후, 엄마가 너의 이런 보석같은 시간들을 통째로 기억 못하게 될 줄은.

다시 돌아간다면 '그 일'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리운 아가.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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