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진실보다 중요한 것

by 이제이

내가 알던 세상의 축이 어긋나고
낯선 현실의 소용돌이 속에 서게 될 때가 있다
그 혼돈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묻는다
“대체 무엇이 진짜인가?”

하지만 모든 생이 낱낱의 진실을 알아야 하고
그 서슬 퍼런 칼날로 매 순간을 베어내며
결론지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겹겹이 감춰진 진실의 막 아래
내가 감내해야 할 고통과
나를 짓누를 속박의 굴레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면
차라리 모른 채 지나치는 것이
나를 덜 다치게 하는 유일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물론, 덮어둔 진실이 몸집을 불려
훗날 거대한 파도로 돌아와 나를 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리 겁내어 오늘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

가끔은 날 선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현재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바라봐주는 용인(容認)의 자세가 필요하다

진실이 몰고 올 곱절의 파장은
올 수도 있고,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설령 그 파도가 끝내 닥쳐온다 해도 괜찮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진실의 정체가 아니라
그것이 닥쳤을 때 나를 지켜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당신의 단단한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