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 대한 나의 단상( 斷想 )
필자의 아버지가 지금 나의 글을 보시게 된다면 뭐라고 하실지??
필자의 아버지는 필자가 어릴 때 아주 독특한 교육 철학을 갖고 계셨다..
빈농의 아들 아니 그보다 못한 소작농의 아들로 힘들게 살아오셔서 그런 탓인지
모르지만...
필자 어릴 때부터 늘 어디 가서 절대 맞고 오지 말아라
차라리 때리고 와라...
때린 놈은 나중에 벌을 받을지언정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지만
맞은 놈은 억울해서 평생을 가슴속에 품고 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식한 논리로 교육하셨던 분이다...
필자는 어릴 때 남들보다 체구가 좀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민학교 6년 내내 싸움이 잦았고...
아버지의 훌륭한 가르침 때문이었는지...
싸움의 승률이 꽤 좋은 편이었다..
아니 필자가 훨씬 더 맞았음에도 상대방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누가 봐도 필자가 이긴 싸움을 많이 이끌어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사정이 달라지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덩치도 작은놈이 시비 걸면 수그리기 마련인데
죽자고 달려드니..
결국 2학년 때 빚 맞은 건지 덩치 큰 그놈 덧니에 내 주먹 살점이 날아가고
그놈은 입안과 입술이 찢어져 엄청나게 꿰매는 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에선 퇴학 정학 어쩌고 말이 많았던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학교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 했고..
어머니가 아니고 아버지가 오셨다..
그게 잘못된 단추였다...
학교에 야단을 맞으러 오신 아버지는 너무도 당당했다..
피해자 학생 부모를 만나서 필자와 나란히 서게 하고 덩치 비교를 한 뒤
심지어 그 친구는 합기도 유단자였다는 걸 말하고
누가 먼저 때렸고 누가 시비를 걸었는지 너무 당당히 조목조목 따지시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아버지의 당당함에 주눅 들었는지 자기가 먼저
내 반찬을 뺏어먹고 욕을 하고 시비 걸었고
자기가 먼저 때렸다고 시인했다..
사건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얼굴과 입술을 꿰맨 그 친구는 죄인이 되고
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도 되는 말도 안 되는...
물론 지금도 필자의 왼손 약지에는 그 친구의 덧니에 걸려
살점이 나간 상처가 그대로 있다..
아버지 말씀이 맞는구나...
필자는 그 사건 이후 나머지 중학교 2학년 3학년을
싸움 없이 가오만 잡아도 싸움이 안 해도 되는 편한 학교생활이
이어졌다...
아버지 말씀이 맞는구나...
화를 먼저 내고 기싸움에서 이기면 안 싸워도 되고
혹시 싸우게 되면 무조건 때려야 하고...
이런 논리를 갖게 되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고
여지없이 필자는 1학년 때 또 싸움을 하게 되었고...
이번엔 정말 재수 없게도... 코뼈가 약한 놈을 만나게 되어
코뼈를 무너뜨리는 사고를 저질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그 친구의 형이라는 사람이( 아마도 대학생은 아니고 조금 나이차가 나는
젊은 사람 20대 중반쯤..) 집으로 찾아와서 항의를 하고 치료비로 안된다 경찰에 정식 접수를 했으니
그리 알라고 통보했고 실제로 필자는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경찰서에 가야 했다..
학교 담임선생님도 출동을 하셨고 중학교 때 보았던 아버지의 당당함은 사라졌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비셨고...
자식뻘밖에 안 되는 젊은 그 형이란 놈한테 무릎까지 꿇고서
거의 울다시피 사정사정하셨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엄청난 합의금을 주신 걸로 기억한다...
왜 그런고 하니...
그 친구... 아니 그놈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합의를 끝내고 학교에 돌아왔을 땐 그렇게 돈을
펑펑 잘 쓰고 다녔다..
가난한 놈이었고 악만 있는 놈이었는데...
무엇보다 힘든 건 선생님의 감시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담임선생 면담에서도
1학년 때 싸움이 회자되었고..
싸움이 난 것도 아닌데 별 큰 잘못 없어도 꼭 필자가 선생님께 맞아야 했다..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아버지의 교육철학이 잘못되어서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강하게 키우고 싶으셨던 거지
나의 폭력성을 키우려던게 아니다..
오늘 필자에게 자신의 감정조절을 못하는
못난 어른이 지독히도 시비를 걸어왔다..
난 그의 입술을 찢은 것도 코뼈를 부러뜨린 것도 아니고 계속 그의 성질난 템포를 늦춰주었다..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전화는 목소리에 미안함이 배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