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마론인형이 집안 천지 였는데 ㅋㅋ 아무래도 언니랑 나, 딸이 둘이었고 엄마는 우리에게 비교적 관대하게 장난감등 원하는 것들을 잘 사주셨다. 생생한 건 아니지만 정말 열 몇개의 마론인형이 집 안을 굴러다녔고 언니보다는 내가 훨씬 더 좋아했던 걸로 기억된다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전 방구석에 납작 업드려선 인형 하나 손에 들고 그렇게 인형놀이를 혼자서 했었다 엄마가 학교에 나가시다 보니 종종 누군가가 집에 와서 어린 나를 봐줄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여섯, 혹은 일곱살의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나의 놀이를 방해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혼잣말로 이러쿵 저러쿵 논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우스게소리처럼 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풉
나는 정확히 언제까지 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주, 드레스, 마론인형 따위를 엄청 좋아했고 그런 감성의 티비만화도 좋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열 몇살이 되면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나이에 드레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ㅋㅋ 지금이야 웃을 일이지만 나는 항상 그 무도회를 걱정하고 또 기다렸다.
뜬금없이 미미인형이 마흔의 내 인생에 다시 등장하고 난 후, 나는 이 시절의 기억을 더듬더듬 떠올리는게 가장 재미있다. ‘미미가 있었는데 좀 작기도 했고 또 다른 이름도 있었고 남자인형도 있었는데... ‘작년 엄마가 하리를 주라며 일본에서 사온 작은 리카 인형을 얻게 되면서 그게 뭔지 찾아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인형 역사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고 시대 자체가 너무 나의 성장기와 딱 맞아 떨어져서 더욱더 공감이 가기도 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작은 미미는 80년대 미미 초기모델로 지금은 엄청나게 희귀한 인형이고 그 이후 점점 키도 커지고 90년대로 넘어오면서 미미 얼굴이 가장 이뻤다고 한다. 지금은 별로 라고 하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비교사진을 보면 꽤나 확실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비! 우리는 지금 외국여자 모습의 바비를 떠올리는데 옛날엔 조금 다른 바비가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제대로 찾아보기 전까진 기억하지 못했고 또 기억한다 하더라도 이름만 따온 짝퉁인줄 알았다. 우리집엔 미미보다 바비가 더 많았는데 인형상자에 바비의 ‘비읍’을 둥그름하게 썼던 모양새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서 보니 정말 전율이... ㅎㅎㅎ 바비는 미국의 마텔사에서 50년대 후반에 만든 인형인데 그 즈음에 일본의 리카도 함께 탄생한다. 그래서 초기 바비와 복각리카(초기 리카를 재연한 리카)는 얼굴이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80년대에 일본 반다이에서 리카를 대항할 안나라는 인형을 만드는데 그 인형을 우리나라 대성완구에 수주를 주었다고 한다. 일종의 하청업체 같은 개념인듯 한데...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는 점;;; 무튼 이 대성완구가 미미를 만든 회사이며 지금은 미미월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난 시기에 일본 타카라에서 미국 마텔로부터 정식으로 바비라는 이름을 빌려 인형을 만드는데 이것을 마바바비라고 부르고 이 시기 우리나라 영실업이 하청을 받아 정식으로 바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인형이 옛날에 내가 가지고 놀던 영실업바비이다. 그 때문에 80년대 내가 가지고 놀던 미미가, 반다이 안나와 형제같은 인형이도 하고, 같은 시대 일본 인형 리카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느낀 것이다. 물론 영실업 바비도. 우리나라 미미도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리카도 마찬가지인데 복각리카라는 초기 리카 보다는 조금씩 변하면서 내 기억속의 미미와 비스무리한 리카가 훨씬 더 나는 좋았다. 리카는 마바바비를 만든 회사,위에서 언급한 타카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리카캐슬이라는 다른 종류도 있음)
이들은 전부 친척같은 존재라고 보여진다. 멀게는 시작이 마텔의 바비라는 점. 뜨앜-ㅋ
미미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하나 지름.
얄궂다 해도 막상 포장을 풀러보니 너무 이쁘고 잘 만들었다! 이렇게 만져보고 저렇게 만져봐도 정말 기분이 좋더라 새 옷도 막 사주고 머리카락도 다듬어주면서... 나는 꼭 어린시절의 나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어, 미미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웃음만 나온다
미미라는 이름,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진, 마치 잠자던 기억을 여는 열쇠같은 이름. 아, 나는 당분간 미미의 시절 속에서 허우적거릴 예정이다 그 옛날 우리의 ‘다정한 친구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