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딸을 낳았고 어느덧 두달이 지났다.
엄청난 변화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내 하루하루는 역시나 먼지처럼 지나간다.
버거운 먼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딸에 대해서, 내 미래에 대해서,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나이들어 결혼하니 좋은 게 있더라.
내 꿈으로 쭉 살아보니, 꿈이라는 게 그렇게 반짝거리지 않는다는 것.
꿈이던 이상이던 비루한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이렇게 산다고 그다지 멋져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마치 많은 것을 포기하고 결혼했다는 헛된 망상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대게는 결혼이 아니면 무슨 슈퍼스타가 되었으리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더라고.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으면 훨훨 날아다닐꺼라고
엄청나게 어이없는 오해
다만 나이들어 결혼하면 안좋은 게 있다.
별로... 갈데가 없다... 대체로 아니까...
도망친다고 해도 고통스러울테고
참아내도 그러할테고
또 다른 삶도 결국 괴로울 것이고
시간은 언제나 무상하게 흐르고 우리의 인생도 그럴 뿐이라는 걸...
딸은 소중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이 있을 것이고
나는 많은 나의 것들을 그녀에게 주겠지만 결코 그녀는 모르겠지,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 다 괜찮다.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해서 책임을 지겠지만 벌써부터 내 자신이 너무나 허무할 뿐이다.
조금도 도망칠 데가 없다.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물론 잘못된 선택은 없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덧붙이자면,
일찍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사는 언니를 보면서 언제나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러는 건지, 왜 저렇게 사는 건지...
그런데 요즘들어 언니한테 미친듯이 사과하고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된다.
나의 변함이
내 변화가
너무나 고되다.
그것부터
시작부터
너무나 고단해서 숨이 찬다.
위로가 될만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