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보다 몸 쓰는 걸 잘하는 사람
몸을 무척 애지중지 사랑하냐고? 글쎄...
사실 여기서 몸이 좋다는 말은 머리가 나쁘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첫 알바는 영등포역 어느 카페의 서빙일이었다. 그때가 19살, 수능을 본 직후였다. 그전까지는 정식으로 돈을 받고 일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처음 하는 일에 두려움은 있었지만, 나름 눈치가 빠른 편이라 생각해서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었다. 카페의 서빙 일이라는라는 것은 간단하다.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아서 음료 제조자에게 알리고, 음료 제조가 완료되면 다시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것. 이 간단한 일련의 과정을 익히는데 족히 3주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같이 알바를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는 어디서 서빙 좀 해본 솜씨로 척척 일을 해냈다. 물론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알바 초심자였지만 말이다. 점장님의 비교하는 눈초리에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 첫 알바였다. 쉬이 그만둘 수 없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며 3주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새 나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점장님의 눈빛도 의심하는 눈초리에서 흐뭇한 미소로 변했다.
그 당시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머리로 이해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후로 몇 군데 회사를 다니면서도 느꼈다. 입사 후 동기들이 안 하는 실수를 나는 꼭 하고 넘어갔다. 너무나 혹독한 시행착오를 오만가지 겪으면서도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새 숙련자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 알고 버틴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버텨보니 알게 된 것이다.
수영을 하면서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나는 몸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사님이 새로운 동작이나 자세를 알려주시면 대체로 한 번에 따라 하지 못한다. 사실 알려주실 때부터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우선 해본다. 결과적으로 무척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마무리되어 주변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제는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몸이 좋은 사람이니까. 몸으로 익히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다만 내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몸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야 맞을 수도 있다. 누구나 여러 번 되풀이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능숙해진다. 하지만 스스로를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몸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같은 상황이라도 나는 나의 편이 되어 나를 좋은 쪽으로 끼워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