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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May 17. 2016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안내판에는 기다리는 버스의 도착 신호가 깜빡인다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알기에 버스는 멈춰 선다


내일 할 일 버스 요금으로 낸다

미련 없이 문은 닫히고 검은 연기 내뿜으며

버스는 저 멀리 사라진다


내일 할 일 버스에 실어 보냈으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이다


몇 분 뒤 같은 버스가 초침처럼 다가온다

뉘어가는 그림자 요금으로 내고

버스를 떠나보낸다


한낮을 실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오늘이다


밤은 다가왔고 막차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억척스럽게 문을 열고 망설임을 재촉한다

남은 것도 없는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지금 너를 만나러 가는 수밖에




 버스를 놓치면서까지 너를 보고 싶었던 그 날의 나.
내일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너 하나로 채워졌던 이 순간.
5월의 어느 날.
목덜미를 스치는 봄바람은 온기를 머금었고
햇살에 물든 푸른 잎들은 추억처럼 생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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