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안내판에는 기다리는 버스의 도착 신호가 깜빡인다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알기에 버스는 멈춰 선다
내일 할 일 버스 요금으로 낸다
미련 없이 문은 닫히고 검은 연기 내뿜으며
버스는 저 멀리 사라진다
내일 할 일 버스에 실어 보냈으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이다
몇 분 뒤 같은 버스가 초침처럼 다가온다
뉘어가는 그림자 요금으로 내고
버스를 떠나보낸다
한낮을 실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오늘이다
밤은 다가왔고 막차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억척스럽게 문을 열고 망설임을 재촉한다
남은 것도 없는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지금 너를 만나러 가는 수밖에
버스를 놓치면서까지 너를 보고 싶었던 그 날의 나.
내일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너 하나로 채워졌던 이 순간.
5월의 어느 날.
목덜미를 스치는 봄바람은 온기를 머금었고
햇살에 물든 푸른 잎들은 추억처럼 생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