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게 사랑했다
초라하게 이별했다
깍지를 낀 두 손도 뜨겁지 않았다
첫 입맞춤도 다 식어버린 찬밥 같았다
눈가에 맺힌 눈물도 닦아주지 못 했다
헤어지자는 말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잊지 말자 수없이 되뇐다
지금 이 시를 쓴다
시 속에 외로이 이별을 유보해둔다
이 시는 완성되지 않는다
내 마음에 여백이 시와 같았다면
이 향기가 춥지는 않았겠지
시의 본질은 '함축성'에 있습니다. 수많은 언어들을 거르고 걸러 몇 마디 안에 삶에 이면을 담아내야 하는 글. 공간이 있는 글이지만 그 공간은 삶의 입체로 만들어 집니다. 시는 여백 사이로 흘러나오는 삶의 목소리를 읽는 글입니다.
때로는 이별의 한마디가 시가 되기도 합니다. '헤어지자'는 그 말 속에 우리들의 시간이 담겨있고 추억, 기억, 우리가 했던 수많은 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추측과 의심, 확신, 비난 또한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과정이 되어 추출된 한마디가 '헤어지자' 입니다.
진심은 거짓말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은 이게 아니지만,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게 두렵고 창피하여 진심은 날카로운 무엇으로 변형되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사랑한다' 진심을 다해 말하지 못한 게 결국에 상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별을 막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많이 사랑했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를 씁니다.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진심을 담아봅니다. 나의 시 속에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내 마음 하나 덩그러니 놓아봅니다. 그때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들어주길 바라면서.
너에게 만큼은 시가 되고 싶었어. 그러나, 나는 결국 소설이 되고 말았어
이 시는 너에게 쓰는 편지. 불필요한 말을 모두 버리고 너를 그리워 하는 내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