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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06. 2016

다시 밤


유리구슬처럼 내리쬐는 햇살 아래

만물이 속살을 드러내듯 수줍게 나타난다

타의로 벗겨지는 수치심이라

빛은 그렇게 욕심이어라


만물이 눈을 감고 고독을 생각한다

고독은 바람소리로 서글피 전달된다

자의에 의한 성찰이라

어둠은 그렇게 배려한다


빛이 아무리 욕심 부릴지라도

어둠 안에서 발광할 뿐

어둠은 늘 배려한다


 빛은 예전부터 우리에게 눈부신 이미지로 희망, 소망, 구원 등 긍정적이며 힘을 주는 단어로 상징해왔습니다. 빛이 비치면 마음이 환해지는 거 같고 어떤 역동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끔 빛은 너무 욕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때로는 우리는 숨고 싶고, 자기 안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빛이 나는 사람 곁에 있다면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며 자신을 그렇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선택한 어둠과 달리 타의로 인해 느껴지는 어둠을 상당히 위험합니다.

 저는 어둠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앞을 보기 힘들고 어떤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면 감각들을 곧추 세우게 되고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평소 발휘하지 못했던 온전한 자신으로서의 기능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사실 우리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밝고 눈부신 것들에게서 어떤 교훈을 얻어 자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자기 안의 어둠을 알고 느껴야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알아야 내면적인 균형을 잡아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비교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비교란 대부분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부러워하는데서 기인합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부분은 빛처럼 보입니다. 왠지 눈부시며 밝게 느껴집니다. 반면 자신은 어둡고 음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빛을 쫓아 살아갑니다. 어둠 속에서 헤어나려 저 멀리 보이는 빛을 쫓아 바쁘게, 숨 가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빛은 어둠 속에서 발광합니다. 어둠 안에 빛이 있습니다. 자신의 어둠을 알아야 빛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둠은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게 아니라 빛이 온다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줄 수 있는 배려심입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비친 자리가 더욱 눈부시고 밝아 보이는 겁니다.

 저는 밤이 좋았습니다. 밝은 낮도 좋아했지만 밤하늘이 캄캄한 어둠이 변해가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낮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생각했습니다.

나만 잘 못 사는 거 같아.

 모두가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혼자서만 잘 못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밤이 찾아오길 기다렸습니다. 밤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잠들고 세상은 조용해지기에 지친 자신을 쉬게 해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힘듬을 위로받는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나름대로 어둠을 이해했습니다.

개인마다 지닌 어둠의 속성은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어둠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둠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당신의 어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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