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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l 09. 2017

생사(生死)의 모순


쓸어 넘기는 손가락 사이

그 무엇도 방해는 없다


지나온 시간의 흐름과 달리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머리는

덕지덕지 배반투성이다


비록 배반했을지라도

생의 의지라 말할 수 있으니

묘비에 적을 한 글자 더 생각한다


제일 먼저 그대의 이름이다


향기 없는 꽃이었던 삶에

진한 사람냄새로 다가왔다


썩은 동아줄에 매달린 빈껍데기를

겁으로 가득 채웠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흐릿한 초점 너머로

실루엣으로 나마 보고 싶은

그대 얼굴이다


두 번째는 마침표이다


그대 이름 다음 마침표로

묘비에 적을 글자는

이로서 충분하다


죽음이 드리워진 날에

잠들기 원하는 눈꺼풀보다

다음 날에도 내 옷을 정리하는

가뭄 같은 그대 손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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