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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m Mar 03. 2021

고양이와의 동거

콩아 고마워

어릴 적 ‘나비’라는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었다. 동생이 너무 어려서 언니들이 학교 다니니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동생을 위해 아빠가 사 가지고 온 것이다. 동생은 정말 자기 동생이고 친구인 양 애지중지 놀면서 키웠고 학교를 다녀오면 나비 먼저 찾곤 하였다. 그런데 난 그 고양이가 마냥 무서웠다. 눈매가 날 잡아먹을 것 같고 아예 만지지를 못하였다. 한번 시도를 하면 털이 만져지기는 하나 금세 뼈가 움직이는 것에 기겁을 하고 도망가곤 하였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돌아오면 반기는 건지 항상 나한테 달려들었고 다리춤을 할퀴고 가곤 하였다. 그런 나비가 싫어서 항상 집에 들어오면서 긴장감에 집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었다. 어느 날 고양이가 없어지고 동생은 울고 난 편안해졌다.




독일에서의 어느 날 아주 친한 동생의 집에는 콩이라는 검은색 고양이가 있었다. 여전히 난 겁내 하고 있었다. 친한 동생은 가족과 다름없는 콩이를 나를 위해 자기가 안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동물 바라기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독일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대중교통이나 건물에 출입이 가능하고 동물들이 너무나도 온순하였다. 짖거나 달려드는 동물들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자연과의 여유로운 독일 생활들을 보니 마음이 편한 탓인지 나도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동물을 못 만지는 이유가 도대체가 뭘까하며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하고 답을 찾은 건 어릴 적 집에 오는 길 아주 큰 개한테 쫓기고 물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즉시 난 네 발로 다니는 동물들을 무서워했던 것 같았다.

난 나를 위해 그 두려움을 상대로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동물들은 더 이상 널 해치지 않고 너에게 또 다른 희로애락을 안겨줄 거야’라고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코와 손 배.. 더듬거리며 천천히 고양이의 반응을 살피며 콩이와의 교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콩이는 그렇게 나에게 살포시 안겼다. 내가 무서워하는 건 조금씩 조금씩 없어져 갔다. 움직이는 뼈의 느낌은 금세 사랑스러운 애교 짓으로 나의 곁에서 얼굴로 비비곤 하였다. 그렇게 콩이로 인해 나의 작은 두려움을 없애버리는 데 성공하였다.



고양이의 엄마인 친한 동생은 한국에 가야 한다며 한 달을 좀 봐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였다. 내심 가능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승낙을 하고 콩이와의 한 달간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기숙사로 된 원룸에서 같이 지내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콩이의 놀이터는 방 한쪽 귀퉁이에 곳곳 천장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고양이 특유의 발톱으로 뜯는 행위 등을 보며 장난도 쳐가며 하루하루 동거를 하였다.

하루는 급체를 하고 화장실을 오가며 얼굴이 새하얗게 된 적이 있었는데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배 위에 올라와 꾹꾹 눌러주고 혀로 얼굴을 핦아 주기도 하였다. 마치 내가 아픈 걸 알아서 괜찮다며 위로라도 하듯이 콩이는 내 곁에 계속 꼭 붙어서 체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콩이는 그렇게 나와의 관계를 좁혀나가고 나의 머릿속 두려움은 씻은 듯이 없어져 버렸다. 이른 새벽 먼저 깬 콩이는 자고 있는 삐죽 이불 밖으로 나온 나의 발을 할퀴는 것도 처음엔 놀래다가 그냥 넘기게 되었다.


“언니 고마워요. 콩이가 섭섭하게 언니 무릎에만 있어요. 엄마가 왔는데 왜죠?”


그게 계기가 된 건지 넓은 마당 있는 집에서 3가구가 함께 모여사는 집에서 콩이네와 같이 살게 되기도 하였다. 콩이는 태어나서 이렇게 넓은 마당이 처음이라 구석구석을 다니기도 하고 대문을 열어놓으면 산책 후 다시 들어오곤 했다. 환경이 바꿔진 곳에 엄청난 적응력으로 야생의 본능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쥐도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쥐였지만 콩이는 엄마를 사랑하는 애정의 표시로 가끔 쥐를 잡아다 엄마 앞에 갖다 놓곤 엄마는 내가 보면 너무 놀랄까 봐 멀리 있는 곳까지 싸가지고 가서 버리고 오곤 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하루는 집에 돌아오지 않다가 며칠이 지나도 들어오지를 않자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동네 길고양이들은 좀 더 사납고 날렵하고 공격적이라 콩이는 분명 공격에 싸우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을 거라며 콩이 엄마는 애가 타면서 콩이를 불러 다녔다. 내일 동네 벽에다 잃어버렸다는 콩이의 정보를 부치려는 날 늦은 새벽 물 마시려 나오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놀래 나가보니 콩이였다. 대문이 닫혔는데 높은 담을 뛰어 집에까지 온 걸 보면 길을 잃은 게 분명했다. 콩이 엄마는 즉시 콩이의 귀를 살펴보더니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병원을 수차례 다니곤 하였다.




귀여운 강아지도 아주 큰 개도 척척 만지고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의 강아지는 내 무릎이 자기 방인 양 이젤 앞에서 작업하고 있는 처음 보는 내 무릎 위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나에게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었다. 두려움은 그렇게 작은 용기에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고 고양이와의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나중에 알레르기만 없어지면 키울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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