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만남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번 주부터 시작된 독일의 완전 봉쇄로 인하여 조깅을 포함하여 2인 이상이 함께 하는 운동이 금지되었기에 완전 봉쇄령이 끝날 때까지는 각자 조깅을 하는 것으로 조깅 멤버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한 분으로부터 오늘 저녁 6시에 자신의 연구소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파티는 ZOOM으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1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비대면 만남이 이제는 회식을 넘어서 연말 행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ZOOM 어플을 처음 쓴 건 올해 3월, 독일어 수업이 비대면으로 갑자기 변환되면서부터였다. 그 후 TEAM, GoToMeeting, GoToWebinar, Webex Meet 등 아주 다양한 화상회의 어플이 생겨났다. 그동안 우리는 각종 회의는 물론 강의, 행사, 심지어 좀 길어질 것 같은 개인적인 통화까지 이러한 어플을 이용하게 되었고 그만큼 사람과 직접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보다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고, 집에 있는 시간들로 활력을 찾고 충전이 되는 나지만, 이러한 비대면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음 한쪽 구석의 허전함은 점점 커진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분위기, 냄새, 잡음, 음악, 거기다 상대방 목소리에서 울리는 진동까지 느낄 수 있는 거리에 마주 보고 혹은 옆에 앉아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졌던 그런 날들이 그리워진다.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다 미소를 발견하면 나도 같이 미소를 띠게 되던 그런 날들이 그리워진다. 역시 사람은 비대면 만남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나 보다.
비대면 만남, 영상 통화만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영상 속의 상대방이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인지, 2차원적인 사람인지 현실감도 떨어진다. 자주 입 밖으로 내뱉던 '사랑해' '보고 싶어'라는 말도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보이는 얼굴에 대고 하는 것에 점점 더 어색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곧 괜찮아지겠지'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희망이 이제는 '언제 끝이 날까, 끝이 나기는 날까'와 같은 말들로 바뀌어버렸다. '곧 보자'에서 '우리는 언제 볼 수 있는 걸까, 1년 뒤에는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와 같은 말들로 바뀌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모임을 진행하고, 국내 여행을 다니며, '괜찮아' '가족끼리만 있을 거니까 괜찮아' '차 타고 다닐 텐데 괜찮아' '마스크 쓰면 되지, 안 걸린 사람들만 모일 텐데 괜찮아' '나는 젊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대꾸할 힘마저 빠진다. 그놈의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ZOOM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이라니. 이 한마디로 올 한 해가, 사람들의 바뀌어버린 삶의 방식이 설명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추운 날씨에도 함께 있음으로써 따뜻해졌던 연말연시가 올해는 기계와 마주 보며 인사를 하고 전기장판과 하나가 되어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서글퍼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기계를 통해서라도 상대방이 이렇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에, 인사라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 모두 2020년을 잘 넘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혼자 타지에서 보내게 된 연말연시, 음식이라도 푸짐하게 하여 배라도 따뜻하게 만들어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