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발달된 독일에 사는 강아지들
조깅을 하면 항상 어느 시간이고 상관없이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다. 크기도 천차만별이며 종류도 아주 다양하고, 나이 또한 각양각색이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에서 키우는 개, 시골에서 키우는 개, 등 장소의 제약 때문인지, 아니면 시대마다 인기가 있던 강아지 종류가 변화해서인지 그때그때마다 길거리에 보이는 강아지들의 종류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이 컸는데, 독일에서는 그러한 제약이 적어서 그런지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비가 올 때에는 비옷을 입고 산책을 하며, 추운 날씨에는 니트 옷을 입고 한껏 꾸미고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잘 씻기지 않는지 털이 엄청 더러워 보이고 많이 뭉쳐 있는 강아지들도 종종 보인다. 그렇지만 그러한 강아지들조차 표정은 아주 밝고 걸음걸이도 당당하다.
산책을 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목줄을 하지 않고 다니는 애들도 더러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목줄을 하고 있지 않은 줄도 모를 정도로 주인 옆에서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고 있어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한다. 특히 겨울에는 해가 뜨는 시간이 늦고 오후 4시 반만 되어도 깜깜해지기에 불이 들어오는 하네스를 입은 강아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강아지들이 작거나 사람의 눈높이에 비해 낮은 곳에 있기에 보이지 않아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용도인데 밤에 실제로 보면 실용성이 있는 데다 귀엽기까지 하다.
매번 볼 때마다 내가 가장 감동받는 순간은 강아지들이 각자의 길을 냄새 맡으며 걷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서로를 발견하고 아주 조심조심 서로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할 때이다. 얼마나 사교성들이 좋고 사회성이 발달되어 있는지 나보다 훨씬 낫다. 물론 다른 강아지들을 보고 짖는 강아지도 있지만 확률로 따지면 90%는 짖기는커녕 처음 만나도 처음 만난 것 같지 않게 같이 뒹굴며 놀거나 서로의 장난감을 보여주며 같이 논다. 보고 있으면 세상이 평화로워 보이며 따스한 기운이 듬뿍 느껴진다.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가끔 만나는 SUZI라는 강아지가 있다. 11살이라며 아주 늙었지만 건강하다며 SUZI를 끔찍이 이뻐하시는 할아버지와 말을 트게 되면서 나는 SUZI를 만날 때마다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속으로만 엄청 반가워하고 표현도 잘 못 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친절히 사진 찍는 것도 허락해주시고 만지는 것도 허락해주시고 이야기도 해주셔서 그 뒤로는 편하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항상 할아버지와 산책을 다니는 모습만 보았는데 오늘은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SUZI를 보고 순간 인사해도 괜찮을지 망설여졌다. 그 순간 다행히도 SUZI는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었고 나는 눈으로, 고개로 인사를 전했다. 또 보자, SUZI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