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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04. 2021

30살의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나는 매년 생일이 되면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매번 내 마음대로 1년 후, 3년 후, 혹은 5년 후 등 언제의 나에게 보낼지는 바뀌지만 항상 그때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당시의 나의 고민이 해결되었는지 묻는 형식은 비슷한 것 같다.


며칠 전 새해맞이로 짐을 정리하다 25살의 내가 30살의 나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였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던 사람이 되었든 안 되었든 가슴 시리지 않고 따뜻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참 마음을 시리도록 아프게 하면서 꽂힌다.
여유가 없더라도 주위를 꼭 둘러보기.
정말 지쳐서 힘들면 옆사람한테 기대기.
너무 계산하지 말고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가슴에 맡기기.
앞으로도 내 인생에 대한 꿈을 꾸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25살의 나는 얼마나 가슴 시린 나날들을 보내며 지쳐있었을까.
그런 25살의 내가 30살의 나에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산 것에 대해 후회 없냐는 질문에 30살의 그때의 나는 아무런 대답을 못 했었다. 그러고도 거진 3년이 지나 다시 편지를 읽은 지금의 대답은, 죽지 않았기에 아직 다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아직도 정답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저렇게라도 살아 보려 발버둥을 쳐 볼 수라도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이다. 이 대답이 내년에는, 5년 뒤에는, 10년 뒤에는 또 어떤 대답이 되어 있을지 나도 알 수 없지만 바뀔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잔잔하다가 가끔 마음이 요동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다시 잔잔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요가를 하는 게 좋을까, 명상을 하는 게 좋을까, 수다를 떠는 게 좋을까, 책을 읽는 게 좋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그저 잠만 자려고, 잠에 들려고만 하는 내 모습에 더 축 늘어지고 안 좋은 기분과 기운이 나를 감싸버린다. 나이가 들면서 이 시기에도 그나마 잠을 자는 사이사이 무언가 먹을 것을 입 안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먹는 것만으로도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억척스럽기도 하다. 이런 지금의 나이기에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후회는 없다는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앞으로 또 어떠한 5년을 살아갈까. 지금보다 나은 삶이란 무엇이고 마음 따뜻한 하루하루는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일까. 언젠간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는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매일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감사하며 그 속에서 내 마음이 뛰고 희미하게나마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듣고, 보고, 느끼는 것으로 가득한 하루를 만드는 것이 당장의 나의 최선인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언젠간 위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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