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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05. 2021

바닥에 꽈당 넘어져 버렸다

어른도 아이처럼 넘어질 때가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잘 넘어졌었다. 그래서 아직도 무릎과 다리 이곳저곳에 흉터가 있고, 이마에는 꿰맨 자국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 때에는 운동부족이 심했는지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서 걷는 속도도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하고 자주 헛발을 딛거나 평평한 곳에서 혼자 넘어지거나 내 다리에 내가 걸려서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요 근래 내 기억 상으로는 반년 가까이 넘어진 적이 없었는데 오늘 아주 격정적으로 넘어져 버렸다. 마침 비가 오지 않아 조깅을 오후에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친구도, 나도 하루 종일 바빴기에 해가 지고 난 후 공원으로 갔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이제 막 뛰기 시작하였을 무렵, 오늘 좀 잘 달려지는데! 몸이 좀 가벼운 거 같은데! 와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난주에 하지 못 했던 3바퀴 달리기를 꼭 해내리라 생각하며 신이 나서 달리다 바닥 어딘가에 발이 걸렸나 보다. 거기다 비가 오고 가는 날씨에 마침 내가 지나가던 곳이 미끄러웠기에 나는 넘어지며 손바닥으로 바닥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슬라이딩을 해버렸다. 지나가던 여성분까지 놀라 “Alles ist gut?” 이라며 눈이 똥그래져서 괜찮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옆에서 같이 뛰던 친구도 놀라 순간 얼음이 될 정도였으니 뼈가 안 부서진 게 다행이었다. 겸연쩍게 웃으며 괜찮다고 하고는 그 뒤로는 천천히 걷기만 하였는데 정말 오랜만에 조깅하는 맛이 났던 참이라 괜스레 오늘 그 순간 넘어진 게 속상하고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와 보니 오른쪽 무릎은 동그랗게 부풀러 오르고 피부가 까져 피가 나 있었고, 왼쪽 무릎은 멍과 함께 살짝 까진 정도였다. 넘어진 후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무릎과 손바닥, 팔목이 욱신욱신거린다 싶더니 양 쪽 무릎에 멍과 찰과상을 얻어 버렸다. 괜히 어른이 되어서도 넘어지는 내 모습 때문인지, 혼자여서 그런지 울적해졌다.


어릴 때에는 넘어지면 바로 울어버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수십 번의 경험을 한 뒤여서일까, 넘어져도, 웬만큼 아파도 울지 않는다. 반대로 주변을 훑어보며 웃어 넘기기 일쑤다. 어릴 때에는 울음으로써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었다면 이제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라는 시그널로 웃음을 장착했나 보다. 그리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완벽히 혼자가 되었을 때, 다시금 넘어지며 얻은 상처를 살펴본다.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더 욱신거리는 것 같지만 안 보고 있어도 이미 온몸의 신경은 상처 난 곳에 곤두서 있기에 일찍이 포기하고 마음 편히 상처를 보고 있는 게 낫다. 오늘도 붓고 까진 무릎을 집에 와서 보고 샤워하고 나서 또 보다 보니 그제서야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파서? 외로워서? 쪽팔려서? 무서워서? 허망해서? 글쎄다, 의미도 모를 눈물을 눈에 가득 머금고 자고 있을 가족 카톡방에 무릎 사진과 함께 아이처럼 아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보내고 나니 부모님이 걱정하실게 눈에 선하여 괜히 보낸 것 같아 후회가 되기 시작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넘어지면 다시 아이가 되어버리나 보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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