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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Mar 04. 2021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유의 '이름에게'

요즘 nonogram이라는 퍼즐게임에 푹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자기 전에도 아이패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화면을 꾹꾹 누르는 중이다. 항상 적막한 방 공기와 함께 게임만 하였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배경음악이 필요하여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열었다. 처음에는 잔잔한 팝송을 듣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밤 편지'와 '무릎'이 들려왔고, 그다음으로는 아이유의 '이름에게'가 나왔다. 그다음으로는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샤이니가 부른 영상이 나왔는데, 아뿔싸,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소나기처럼 우두두 떨어져 버렸다. 아직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로 약 40번 정도 같은 노래를 반복하여 듣다가 오랜만에 종현의 노래들을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노래를 편식하지는 않지만 최근 유행곡들은 들을 때 내 머릿속에 가사 입력이 잘 되지 않아 찾아서 듣지는 않는다. 거기다 얼굴 인식 장애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이돌들의 얼굴 구분을 못 하여 아이돌들의 노래도 찾아 듣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유튜브가 들려준 종현의 노래들이 그 당시 나의 심금을 꽤나 울렸었기에 가끔 큰 마음먹고 들을 때가 있다. 역시나  '하루의 끝', 'Lonely', '가을이긴 한가 봐' 등의 그의 노래들을 듣다 다시금 나의 시간이 멈춘 듯 멍해져 버렸다. 이 노래들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수지의 '행복한 척', 그리고 이하이의 '한숨' 등도 덩달아 연결하여 듣게 된다. 일종의 레퍼토리인데 반복해서 수십 번을 듣다 보면 나의 우울한 마음과 무기력한 기운이 노래와 함께 동굴 저 끝까지 다녀왔다가 노래들과 함께 다시금 이 세상 밖으로 돌아 나오는 기분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독일의 락다운이 다시금 연장되었다. 3월 28일까지라는데 아무래도 부활절까지 또 연장될 것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물론 지금 락다운이 해제되었을 경우를 상상하면 고삐 풀린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파티를 열 것 같기에 차라리 락다운이 유지되어 강제적으로라도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도록, 모이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은 들지만, 집에만 있는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그저 절망스럽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편두통도 심하고 우울한 기분과 함께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라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다가도 '이러고 있을 시간이 무슨 시간인데? 없어도 되는 건 이 세상에 없어' 라며 혼자 멍하니 있는 나를 다독여주다가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우울증, 사회 불안증, 강박증'이라는 이 네 가지 병명을 듣고 약을 처방받고 지낸 지 대략 8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 더 나아지기도,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약 없이도 과호흡을 일으키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거나 학교폭력, 성폭력, 자살 등의 뉴스들을 볼 때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지만, 죽어버리고 싶지만, 그 시기를 이제는 지혜롭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로, 그리고 지금은 독일로 생활공간을 바꿔버린 것이,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나의 위 병명들과 멀어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뿌리째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든 살아가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들 한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들 한다. '힘내'와 같은 말보다 저 두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와 닿는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어떻게든 살아서 살다 보면 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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