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난 감자의 이어지는 이야기
12월 24일에 심은 싹 난 감자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1월 3일에 새싹 같은, 줄기 같은 것이 우뚝 솟아 나와 아주 뿌듯해하였는데, 그 날 이후 감자는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같은 날의 아침과 밤의 모습이 다르고 새싹 같은 줄기는 4군데에서 발견되어 4군데 모두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일매일 사진으로 남겨둘 걸 그랬다. 아니면 하루 종일 영상을 찍어둘 걸 그랬나. 영상통화로 매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하였는데 그때마다 모두가 깜짝깜짝 놀랄 정도의 성장이어서 나 또한 볼 때마다 신기하고 뿌듯하다. 이렇게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니.
요즘 같이 해가 잘 나지 않는 나날들에도 감자 줄기가 창 쪽으로 휘어지는 게 어떻게든 해를 좀 더 보려고 하는 것 같아 안쓰럽지만 휘어지게 나둘 수는 없기에 이틀에 한 번씩 180도 돌려주며 곧게 자라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빠는 감자가 덩쿨식물이라며 좀 더 크면 막대 같은 것을 꽂아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줄기가 너무 굵고 그 옆에 잎사귀나 줄기들이 덩쿨식물 같은 느낌이 안 들어서 정말 막대를 꽂아주어야 하는지 아직은 의문이 든다. 그래도 막대를 꽂아주면 이를 받침대 삼아 더 잘 자라려나?
너무 잘 자라는 감자에게 화분이 너무 작은 것 같아 1kg 하는 요거트를 샀다. 추운 겨울에는 요거트를 먹으면 온 몸이 추워져서 잘 안 먹어 잘 안 사게 되는데 감자의 이사를 위하여 큰 맘먹고 샀다. 삼일에 걸쳐 요거트를 매일 아침 한 그릇씩 꿀과 딸기를 섞어 먹고 난 후 빈 통을 깨끗이 씻었다. 이제부터 감자의 분갈이를 제대로 준비할 차례다. 깨끗이 씻은 요거트 통 바닥에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나의 13년 지기인 드라이버를 꺼냈다. 제일 얇고 작아 보이는 드라이버로 뚫는 것이 가장 잘 뚫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노란색 드라이버를 들었다. 구멍이 안 뚫리면 어쩌나 걱정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생각보다 너무 쉽게 뚫렸다. 처음에는 4군데 정도만 뚫었는데 좀 더 뚫는 게 물이 잘 빠질 것 같다는 남자 친구의 말에 아주 군데군데 더 뚫어 12군데나 구멍을 냈다. 물이 잘 빠지는지 물도 한 번 넣어 보고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요거트 통과 내 눈에는 나무 같은 감자를 들고 발코니로 향했다. 요거트 통에 우선 새 흙을 조금 넣고 감자를 꺼냈더니 그동안 뿌리가 얼마나 많이 생겼던지 처음에는 뿌리라고 생각도 못 하고 이 흰 선들은 무엇인가, 곰팡인가, 싶었다. 그대로 요거트 통에 넣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흙을 한 번 정리하고 새로운 흙에 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조심조심 흙을 털었는데, 나의 상상 속 감자 모습과 너무나 다른 12월 24일에 본 감자 모습 그대로의 감자가 드러나서 당황스러웠다. 나의 상상 속 감자는 감자의 윗부분에서 줄기가 나고 감자의 아랫부분에서 뿌리가 나는 것이었는데 비슷한 곳에서 줄기와 뿌리가 모두 나나보다. 감자의 본모습 그대로는 아직 썩지 않고 노랗게 그대로 남아 있어 적잖이 놀랐다. 감자의 건강한 속 모습까지 다 보았겠다, 이제는 진짜 다시 심어 줄 차례였다. 흙을 다시 잘 넣고 심어주고 나니 전보다 넓어진 화분에 감자 줄기가 조금은 더 평온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래서 다들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방 안으로 데려와 원래 있던 자리에 놓으니 뭔가 아쉽다. 책상에서 주섬주섬 찾아보다가 꾸밀 때 사용하는 테이프를 발견하여 테이프로 요거트 통을 칭칭 감아보았다. 테이프가 얇아서 그런지 요거트 통 속이 다 보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만족이다. 마지막으로 이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는 물이 아주 잘 빠져나와 곧장 감자 화분을 들고 물이 쏟기지 않도록 부들부들 떨며 부엌으로 향하여야 했지만 덕분에 요거트 통에 뚫은 구멍으로 물이 잘 빠진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 여러모로 이번 분갈이도 성공이다.
넓은 집에서 걱정 없이 지금처럼 쑥쑥 자라렴, 감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