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Mar 24. 2021

33살의 나에게

30살의 내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매년 생일이 되면 3년 뒤의 나에게, 5년 뒤의 나에게, 혹은 1년 뒤의 나에게, 등으로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끌리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 그리고 생일이 되면 예전에 쓴 편지들 속에서 그 해에 해당하는 편지를 찾아 읽는다. 어릴 때에는 마냥 생일이 좋아서 기다리기만 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괜히 나이 먹는 게 부담스러워 싫으면서도 매년 잊지 않고 축하한다는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괜스레 생일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요 몇 년간은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를 찾아서 읽는 것이 하나의 나만의 이벤트가 되어 더 생일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올해는 3년 전인 30살의 내가 나에게 쓴 편지였다. 30살의 나는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에, 인간관계에 학을 떼고 다시 외국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입은 상처를 다시 되짚으며 나 자신과, 그리고 가해자와 맞서 싸우고 있을 때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여서 그런지 괜히 더 담담한 마음이 느껴지고 단어들 속에서 괜히 더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나에게 쓴 편지 중 일부분만 이 글에 담아 보려 한다.



3년 뒤에도 시작한 것은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진 사람이길 바래봅니다. 바깥 환경에서 오는 압박에 바로 무너지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듯이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길 바래봅니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고 현재의 나 자신과 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래봅니다.

30년. 아직은 후회가 더 많은 인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삶에도 물론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그 보다도 그렇게 하길 잘했다, 후회 없다, 와 같은 선택, 언행을 더 많이 했길 바래봅니다.

초심, 동심, 그리고 진심은 꼭 잊지 않고 살아가길.



봉쇄로 인하여 혼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하루 종일 울려 퍼진 축하 메시지와 전화에, 참 많은 사람들이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나를 챙겨주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듯 생일을 보낼 수 있었고, 오늘 얻은 수많은 힘들을 가지고 또 1년을 살아가려 한다. 잘 살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잊혀진다는 것, 잊어버린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