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내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매년 생일이 되면 3년 뒤의 나에게, 5년 뒤의 나에게, 혹은 1년 뒤의 나에게, 등으로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끌리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 그리고 생일이 되면 예전에 쓴 편지들 속에서 그 해에 해당하는 편지를 찾아 읽는다. 어릴 때에는 마냥 생일이 좋아서 기다리기만 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괜히 나이 먹는 게 부담스러워 싫으면서도 매년 잊지 않고 축하한다는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괜스레 생일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요 몇 년간은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를 찾아서 읽는 것이 하나의 나만의 이벤트가 되어 더 생일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올해는 3년 전인 30살의 내가 나에게 쓴 편지였다. 30살의 나는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에, 인간관계에 학을 떼고 다시 외국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입은 상처를 다시 되짚으며 나 자신과, 그리고 가해자와 맞서 싸우고 있을 때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여서 그런지 괜히 더 담담한 마음이 느껴지고 단어들 속에서 괜히 더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나에게 쓴 편지 중 일부분만 이 글에 담아 보려 한다.
3년 뒤에도 시작한 것은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진 사람이길 바래봅니다. 바깥 환경에서 오는 압박에 바로 무너지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듯이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길 바래봅니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고 현재의 나 자신과 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래봅니다.
30년. 아직은 후회가 더 많은 인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삶에도 물론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그 보다도 그렇게 하길 잘했다, 후회 없다, 와 같은 선택, 언행을 더 많이 했길 바래봅니다.
초심, 동심, 그리고 진심은 꼭 잊지 않고 살아가길.
봉쇄로 인하여 혼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하루 종일 울려 퍼진 축하 메시지와 전화에, 참 많은 사람들이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나를 챙겨주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듯 생일을 보낼 수 있었고, 오늘 얻은 수많은 힘들을 가지고 또 1년을 살아가려 한다.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