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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26. 2022

가족과의 짧은 이별 인사에 대처하며

불안정한 나의 삶은 언제쯤 안정을 찾을까

나이가 들수록 가족들과 떨어질 때의 휘몰아치는 감정이 격해진다. 떨어져  시간이 같이  시간보다  길어져, 누군가가 부모님과 같이 살래? 라고 물어보면 고민하지 않고, 아니라고 대답할 거면서 헤어질 때의 감정은 아쉽다 못해 헛헛하기까지 하다.

이제 곧 새로운 가족들의 품으로 가게 될, 우리가족과 이별할 강아지들

예전에는 부모님 집에 놀러 가면, 일주일만 지나도 동생과 혹은 엄마와 투닥투닥 싸우거나 불편하다며 빨리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두렵게 느껴질 정도로, 매번 더 늙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뒤로 한채 떠나야 하는 것도, 강아지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는 것도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헤어지고 비행기를 탄 후 혼자가 되었을 때 눈물이 나와서 울다가 잠들었는데, 올해는 떠나는 마지막 날 아침부터 울컥울컥하며 몇 번의 울음을 참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마지막 저녁 식사 자리에서부터 기차를 타기까지 줄곧 울어버렸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는 아빠도, 엄마도 눈물을 참지 못 했다. 괜한 걱정을 끼칠까 싶어 더 씩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될 만큼 지쳤나 보다. 혹은 부모님에게 더 솔직해지고 더 어리광을 피우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사진 실력이 갈 수록 늘어간다

아빠는 이번에 내가 짧게 왔다 가지만, 내가 왔다 가서 너무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가족이 진짜 가족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가족사진도 찍었고, 강아지들과 노는 내 모습도 사진으로 많이 담을 수 있었고, 환갑 선물도 미리 받을 수 있었고,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내가 솔직해지니 아빠도 솔직해질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나도 아빠도 나이가 들어가며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어릴 때부터 나는 아빠 껌딱지였고, 아빠는 딸바보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알 정도로, 엄마가 질투할 정도로 아빠와 나는 사이가 돈독했고 지금도 돈독하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떠날 때가 되면, 나의 빈자리가 아빠에게 너무 허전하게 다가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크다. 그 빈자리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지 갈수록 아빠의 눈물도 많아지는 게 보인다. 이것 참 못할 짓이다.


인간의 의지는 강하고도 나약하다. 나약하기에 함께 모여 살고 무리를 이루며 서로 북돋아 주며 사는  같다. 이제 나에게도 내가 만들어 나갈 가족이, 나의 가정이 필요한 시기가 왔나 보다. 이미 15 전에 물리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이제는 정서적으로도 독립을 해야  시기가 왔나 보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족을 꾸려 나간다면    불안한 헤어짐이, 서로에 대한 걱정이 나아질까. 어떠한 방식이든 우리 모두가 아프지 않고 조금이라도  불안정하게 살아갈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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