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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un 25. 2021

잊혀진다는 것, 잊어버린다는 것

곰이가 처음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낑낑거리며 아빠에게 매달리고 난리를 쳤는데, 일주일밖에 지나지 던 날부터  목소리를 들어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뜯어먹고  마시고 우리와 두리랑 같이 노는데  집중을 한다.  목소리를 따라 달려와도 내가 없다는 걸 깨달아버린 걸까, 아니면 내가 잊혀지는 중인 걸까.

마당에서 한껏 놀고 있는 우리, 두리, 곰이

잊혀진다는 , 잊어버린다는 ,   모두 불행이자 희망이다. 행복한 기억이든 떠올리는 것조차 힘든 기억이든 잊혀지거나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내일을 맞이하는 준비이자 현재를   수월하게 살아갈  있게 하는 힘이다. 행복한 기억이 흐려지지 않은  살아간다면 붕붕  상태로 현재라는 땅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살아가거나, 현실이 그때보다  행복해서 비관적이게 되기 쉽다. 반대로 힘들었던 기억이 흐려지지 않는다면,  고통이 조금이라도 희미해지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멀쩡히 살아갈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한다고 상대방도 기억하길 원하고, 내가 잊어버렸다고 상대방도 잊어버렸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의 냄새를 맡고 좋았던 기억이 되살아나길 바란다. 곰이는 우리를 많이 닮았으니까 한눈에 나를 알아볼 것이라 믿는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해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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