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변덕이 아니라 지킬 앤 하이드 급이다
지난주에는 거의 일주일 내내 갑자기 최고기온이 26-27도까지 올라가는 햇빛 쨍쨍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제 정말 여름의 시작인가, 라는 기쁨과 함께 더 심해진 봉쇄 소식에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도 다시 미루게 되어 슬픔도 배가 되었다. 변덕스러운 독일의 날씨가 또 어떻게 될지, 집 안에서 햇살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지금 이 순간이 슬픔을 느끼기에는 모자랄 시간으로 다가왔다. 마음을 굳게 먹고 소풍 가듯 옷을 입고 오랜만에 잔뜩 꾸며 라인강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 나와 같이 햇살을 따라 나온 사람들이 공원의 잔디뿐만 아니라 길가에도 듬성듬성 앉아서 햇살을 가득 몸에 담고 있다. 아예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 비키니만 입고 누워 있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고, 조깅하는 사람들은 거의 웃통을 벗어던지고 돌아다녔다. 처음에 네덜란드에 갔을 때 다들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누워 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그때만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같이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눕고 싶다. 그들의 마음을 100%, 아니 200% 이해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조신하게 가만히 앉아서 라인강만 바라보았는데, 이 날은 정말 가만히 라인강만 바라보고 있어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기 때문이다.
라인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일 때면 나도 모르게 “우와!” “우와!”를 연신 외쳐댔고, 옹기종기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나도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가득한 하루였다.
그리고는 ‘여긴 독일이야, 까먹진 않았겠지?’라고 말하듯 날씨는 다시금 최고기온이 10도 안팎인 구름 가득한, 때때로 비가 내리는 날씨로 돌아왔다. 역시, 슬픔을 느끼기엔 모자란 시간이라며 바로 집 밖으로 뛰쳐나간 과거의 나에게 감사 인사를 보낸다.
한국은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는 겹벚꽃이 유명한 Bonn에 벚꽃구경을 하러 갈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였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봉쇄 기간에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을 피하여 잠시라도 다녀올 수 있기를, 한 번 틈새 시간을 노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