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슬픈 역사
2008년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알려진 리먼 사태가 일어난 해이다. 자산가치 폭락과 연쇄부도로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과 대출로 돈잔치를 벌여오던 금융기관 모두 위기에 몰리는 듯했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대출자들이 직장을 잃고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거대 금융기관들은 건재하였다.
심지어, 정부의 지원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곳도 있다.
어린아이들을 안고 울부짖는 사람들과,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은행간부들의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이 TV화면을 채워가던 어느 날,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누군가가 비트코인 백서를 세상에 등장시켰다. 비트코인은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은행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개인 간 금융거래가 가능한 새로운 전자화폐시스템이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는 중앙집권적인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아닌, 암호화된 증명에 기반한 탈중앙화 금융시스템의 탄생을 앞당긴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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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서브프라임) 담보대출 열차 전복사건의 전말
시동 : (넘치는 돈)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1%, 2003년)으로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으로 주택가격의 상승
출발 : (1차 대출) 주택을 담보로 하는 모기지 대출 증가
가속 : (2차 대출) 융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가격을 담보로 또다시 대출
폭주 : (다단계 대출) 신용평가사들의 AAA등급 남발, 부채담보증권을 쪼개서 그 일부를 다른 부채담보증권과 결합시켜 자산가치와 등급을 인위적으로 상향시킨 "합성 증권(CDS)" 발행, 기업의 파산위험 자체를 사고파는 파생 금융상품의 등장(신용부도 스와프)
제동 : (현타역) 터무니없는 집값에 대한 의심 시작, 거래량 감소, 경기과열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5.25%, 2006년)
전복 : (지옥역) 집값 폭락, 대출금 연체 증가로 개인과 기업의 연쇄 파산
대출은행, 신용평가기관, 파생상품 회사, 브로커의 탐욕이 몰고 온 부동산 가치폭락과 투자손실로 천문학적인 자산액이 증발하였고 수백만명의 삶이 나락으로 가버렸지만, 손실을 숨기면서 무분별하게 상품을 판매하였던 은행들은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탓하며 살아남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말이다.
탈중앙화의 역설(feat. 새로운 수혜자들)
일부 운영집단에만 부가 축적되고, 불안전한 운영시스템으로 인한 손해는 힘없는 대중들에게 전가되었던 기존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 성장의 중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고 수많은 암호화폐와 거래소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규제나 관련 법안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의 규모가 투자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신뢰로 작용하면서, 암호화폐거래소는 점점 대형화되었고 소수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시장구조로 진화하였다.
심지어 일부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는, 스스로 코인을 발행하고, 스스로 상장하고, 그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면서 마치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의 헤게모니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테라와 FTX 거래소 사태가 터졌다.
변화와 개혁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블록체인 기업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 코인과 FTX 거래소의 몰락으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 모습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은 허무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한편으로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변화와 개혁의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 속에서 혜택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들, 변화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들, 변화에 기대를 걸고 모여든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기꾼들, 그리고 변화를 틈타 등장하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들까지.....
몇몇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와 젊은 천재 CEO들의 연이은 몰락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이라는 난해한 기술에 탈중앙화라는 우아한 욕망을 결합시켜 만든 폰지사기일 뿐이라는 극단의 비관론자도 생겨났다.
사기(ㅌDeceit) vs 사기(Morale)
사기(Fraud) or 사기(Morale)진작?
사기(Deceit) vs 사기(Morale)
몇 년 전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며 사람들이 무한 희망회로를 쌓아가고 있을 때, 영향력 있는 한 유명 작가가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었는데, 암호화폐시스템은 국가에서 한 개인으로 화폐제조권을 넘기는 것과 같으며, 이로 인해 기존 시스템에서보다 더 큰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으며,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새로운 산업의 태동기에는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지나친 기대감과 비이상적인 과열현상이 숙명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증폭시켜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이 득세하기도 한다. 인터넷 산업의 초기에도 '닷컴'이라는 이름을 달고 날아오르던 버블이 터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을 경험했었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사기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우후죽순 생겼다 사라지는 수많은 암호화폐에 대한 옥석이 가려지면서 건전한 정착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피자값을 결제하던 때에 비하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시스템에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제는 전 세계 부호들과 대형 증권회사들도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소유하는 단계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SBS,2011)에서, 사대부 사람들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 "말과 소리를 전달하는 글"에 있다고 믿고 한글반포를 반대한다.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고, 이치의 깨달음은 욕망이라는 것을 갖도록 해서, 사대부와 백성으로 나누어진 평화와 균형이 깨지고 세상의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 본 것이다.
중앙집권적인 화폐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세상의 새로운 평화와 균형을 정착시킬지 단정하기 어렵고, 그런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언제가 될지는 알 길이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길이 맞다면 두터운 장벽을 하나씩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1) : https://washere.tistory.com/3
리먼브라더스 사태 (2) : http://img.shinhan.com/cib/ko/data/FSB_0808_03.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