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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Aug 05. 2023

00 인복 있다구?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을 두며 살고 있나요?

친한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소연아, 잘 지내?

-어! 언니 오랜만. 호주에서 잘지내고 있는거야?


응ㅎㅎ 나 좋은사람들 사겼어 나 진짜 인복 좋거든, 뒤에서는 뭔 말들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각자 운은 타고 나는 것같아, 이렇게 너도 있구 ㅎㅎㅎ 소연이는 워낙 이쁘고 야무지니 잘지낼거야

-언니, 잘지낸다니까 나도좋당..그럼그럼 언니 인복짱이지, 언니가 워낙 편하게 잘 대해주니까 사람들이 언니 좋은사람인거 다 알고 그렇게 잘해주는건, 새로운 곳에서도 좋은사람들 많이만나고 행복했음좋겠다.



(언니가 워낙 사람들에게 푸근하고 경쟁심없이 대하니 사람들이 마음놓고 친해지겠지, 그런데 이 언니, 정말 사람들에게 성심성의를 다했었나? 음...)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부모님을 시작으로 누구나 이런저런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나름대로의 기쁨과 슬픔의 조화속에서 삶을 살아간다는게 내 생각이다. 완벽한 관계들만이 존재하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그들이 내 인생을 행복도를 저울질 할 수도, 행복도를 높이거나 낮출수도 없다는게 내 오랜 신념이었음을 발견하는 요즘이다.


타인에게 나의 기쁨과 행복을 책임져달라고 하는 사람은, 그저 자신의 노력없이 운에 모든 것을 맡기며 무책임한 삶을 살아간다 생각하기에 '인복'. '인복' 말만 들었지, 딱히 타인이 나를 위해 행복을 선물해 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그리고 각종 착취자들의 일반적인 패턴처럼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시간과 노력, 정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평소 사주보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인간관계나 심리에 관심이 많은 나 이지만, '인복'에 대해서 만큼은 특별한 기대가 없이 살았던  였음을 고백한다.



기대가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력했다.

무방비로 나 자신을 누구에게든 서슴없이 노출시키며, 무조건적으로 깊이있고 의미있는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를 하며 살았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었다.


관계안에서 내가 좋은 사람으로서 역할하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변의 사람을 잘 두는 것에 몰두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좋은사람이어야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고, 나 또한 관계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는, 즉 내가 좀 더 힘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은 잊고, 상대보다는 나의 태도가 주춧돌이 되어야 내가 내 인생을 컨트롤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기존생각이었다.


당당하게 이렇게 말하는 나의 태도에 회심의 미소를 쓰윽지으며 나를 곁에 두던 사람들은 과연 좋은 사람들일까 나의 선함과 순진한 자기중심성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일까


과연, 내가 좋은 사람이면 내 인생은 물론 관계의 주요맥락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걸까? 깊고 얕은 관계들을 하며 의도치 않은 서로간의 상황에 의해 나와 마음이 같지않은 상대들에 의해 나의 의도와 관계없는 방향으로의 전개도 가능함을 이젠 쉽지않지만 받아들이기로한다.



앞으로 더욱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나의 삶의 핵심을, 특히 쓰디쓴 부분들을 조금 되짚어봐야할 필요가 있다는게 내 의견이다.

따갑고 쓰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와 내 측근들을 섬세히 짚어보기로 그렇게 관계의 방향을 조정하기로 맘 먹어본다.


내가 왜 선한 자기중심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지,

관계안에서 희생을 자처하면서라도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려 아무에게나 노력하는지,

모두에게 열려있어야하는 이유가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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