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 섬세한 사람의 욕구와 불만족, 청소년기 편
155cm인 엄마키보다 커졌다. 170cm가 채 안되는 아빠키에 다다르려한다.
드디어 중학교 1학년을 지나 2학년이 되었고, 고로 공식적으로도 내가 그토록 원하는 초등학생 즉, 어린양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다른애들도 나처럼 부모의 보호속에 있기보다 밖으로 나와야하지? 그럼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는 누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되바라진 아이가 아니라 그저 야무지고 책임감 강한 아이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거야
이때부터 나는 대 놓고 독립적으로 행동했고, 대놓고 성취지향적인 사람의 가면을 썼다. 그동안 등한시하던 공부를 시작해 전과목을 수우미양가 중 수로 도배해버렸고,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도 거부해버렸었다.
엄마는 알까? 아침밥먹기거부가 엄마와의 정서적 연대를 끊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동생이 아픈 후부터 점점 멀어지고 갈등이 깊어진 엄마아빠의 관계, 그들의 싸움, 엄마의 피터짐, 아빠의 폭력...그런 정서에서 내가 같은 여자로서 엄마를 동일시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와의 정서적 연대를 완벽하게 끊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했기때문에, 나는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거부하고, 점심 도시락을 엄마가 보는 앞에서 싱크대 쓰레기통에 쳐 박아버리는 것으로 나의 마음의 의지를 굳혔다.
막 학교 급식이 시작되던 시기였던지라, 지금 나의 한국 보통 키, 보통 몸무게 체격을 갖추는데 그나마 무리가 없던 영양분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 다행이었다. 또 새벽만 되면 술취해 매일 집에 들어오는 엄마와 그런 엄마와 헤어지지 못해 집착하는 아빠와의 싸움이 계속될텐데, 빨리커서 독립하고 싶었다.
퇴근후에 술먹지 말고, 집에서 만나자는 나의 매일 반복되는 요구를 엄마가 들을리 만무하다.
오늘도 무시당했고, 내일도, 모레도, 내가 죽거나 이 집을 나가야만 엄마가 술취한 모습, 아빠랑 싸우는 모습, 아빠한테 피터지게 맞는 모습, 멍든 모습에서 해방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 내가 이집에 살면서 부모의 보호가 필요할 때까지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엄마와의 정서적 연대를 끊는 것 밖에 없다.
그 여자가 주는 밥을 쓰레기통에 쑤셔넣어버리자, 학교공부를 잘해버리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으니까 이세상에 난 혼자니까 내가 나를 지켜야한다.
엄마와 아빠사이의 갈등은 나의 허구의 독립성과 성취지향성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지키기위한 전략이었으므로, 그것에 방해가 되는 반항하거나 비사회적인 행동을 감히 넘볼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임신할 가능성이라든지 술,담배 등 약물에 의존한다던지..
그렇다고해서 어린시절처럼 쓸데없이 타자를 기쁘게 하거나, 모든 것을 초월한 성인군자처럼 다른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위한 착한 척 따위를 하며 나를 지킨 것은 아니다.
나 자신조차도 건사하기 힘들었기에, 타자에게 눈을 돌려, 상대를 괴롭히거나 헐뜯어 나의 자아를 충족시키는 괴물가면따위도 별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허구의 독립성과 성취지향적인 행동또한 문제행동임에 분명하다.
성취 즉, 밖으로 보여지는 사회적 시선이나 성적과는 별개로, 내면의 자신은 비의도적으로 '오로지 나 로서'의 가치가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뜻이니까
성취를 통해 내가 그토록 바라던 내면의 안정감이나 성취감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으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즉, 나 자신을 있는대로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허구의 독립성으로 주변 친구나 사람들을 배척하고, 나 스스로 마치 원더우먼인 것 같은, 지금 생각하면 꼴같잖은 행세를 하며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했으니까
나 너가 필요해, 나 도와줘, 나 힘들어, 나 외로워 한번도 외쳐보지 않고, 여리고 안타까운, 사람의 온정을 필요로 하는 나 스스로를 내 자신이 방임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