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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Sep 11. 2023

8. 고양이 집사는 상당히 행복하다.

HSP 자기사랑, 회복의 방법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고양이의 이름은 루비, 재작년 가을, 원래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유기묘사이트에서 보호지원금과 접종비를 지불하고 데리고 오려고 했으나, 주변분의 제안으로 그 집의 오렌지 테비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처음 루비를 안고 차로 집으로 올때, 루비가 내 가슴과 두 팔안에 안겨 발발떨며 불안해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서 생생하다. 괜찮아 루비, 신생아때 우리애들을 병원에서 갓 낳아 데려오던때가 생각났다. 루비를 좀 더 따끈하게 안아주었다.



우리집에는 아이들이 둘 있는데, 내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엄마이자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 그리고 쉽지 않은 남편과 함께 캐나다 이민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때라 이미 과부하가 걸리고도 한참 뒤인 나 로서 수용하기 힘든 "엄마, 고양이키우게해주세요"라는 작은 아들의 제안이었지만, 아이들의 매일매일에 작은 즐거움을 주고자, 아이들에게 고양이를 키우기위해 자신들이 직접 맡아야할 책임을 명시하고, 약속하에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작은아이는 고양이 밥을 아침 저녁으로 주고, 매일 저녁 놀아주는 것이 그 책임이고, 초등 5학년인 큰 아이는 감자캐기(고양이모래에서 적어도 한번에 10개씩 버리기)가 그 일이었다.

나는 고양이가 마실물을 깨끗한 물을 하루 적어도 한번 갈아 주고, 고양이모래를 일 주일 또는 이 주일에 한번씩 갈아주는 것, 손발톱을 깎아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똥을 치우고 밥을 주며 놀아까지주면 자기들이 고양이를 위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또한 고양이와 아이들을 위한 어른으로서의 백서포트를 하고 있는 셈이다. 2년전 약속을 아직도 아이들은 철저히 수행하며 큰 부분의 자율성을 길렀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시간이나 요일을 정해놓고 스티커로 확인버튼도 눌러주고, 잘 놀아주니 고양이가 아이를 졸졸 따르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것도 아이들이 약속을 꾸준히 이행하는 데 큰 힘이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예방접종을 시켜주고 중성화수술을 시키고 잃어버리면 찾을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박았다. 이 모든것은 학생부부인 우리에게 200불 채 안되는 가격으로 가능했던것으로 기억한다. Winnipeg Humane Society 라는 곳에서 말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고양이와의 장기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중성화수술을 시키기 전의 루비와 그 후의 루비는 유순함이라든지 애완묘로서의 자질이 완벽하게 달라졌으니까. 마이크로칩에 주인으로 등록된 사람의 이름은 바로 나다. 한번 맡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인장을 내 마음에도 박은 셈이다. 혹여나 애들에게 알러지가 생겨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등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이 서약이 없다면 고양이를 데려올 권리도 없다고 나는 생각기에 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며, 인간관계에서 받은 자극과 상처에서부터 조금씩 해방되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강아지들 만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고양이 루비는 우리가족을 보고 반기고, 언제나 우리를 따르고, 배를 보이며 눕고, 좋다고 낑낑대고, 밖에 나갈 땐 발자국 소리내며 아파트베란다 난간에 올라가 밖에 있는 배웅해주고, 샤워를 마친 작은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주려 핥아주고, 아이 겨드랑이 옆에 또아리를 틀고 아이와 함께 온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이보다 평화로운 장면이 내 생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스스로를 내 작은 아이의 엄마 또는 친구라 생각하는 것 같다. 개 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인간은 상대에게 받은 헌신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고양이나 개와의 사랑은 절대 일방적이기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섬세한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가 삶에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꼭 느껴보아야한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사람은 우리집 큰아들이다. 원래 섬세한 감각을 갖고 있지만 자기표현이 다소 어색한 우리아들은 루비를 볼때마다 무장해제되어 매일 루비~~루비~~하며 사랑스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즐거움을 경험한다. 이민생활의 시작과 함께 18개월로 자신의 인생을 캐나다에서 시작한 아들, 부모가 사회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는 학교에 가야하고 새 언어를 배워야했고, 사회적인 암묵적 약속을 지키며 혼자 세상을 겪으며 배워야했을, 어리고 미숙한 부모가 가진 불안과 서로에 대한 울분을 무의식적으로 감당해내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내 큰아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아무리 내가 엄마라지만 감히 부모된 나보다는 가볍겠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말수도 적고, 섬세하며, 묵묵히 약속을 지키고, 엄마 힘들까 언제나 한걸음 뒤에 떨어져주는 내 큰 아들. 듬직하다는 생각조차 갖기 미안한...마음이 저려오는 그런 아이이다. 어른이란 이름으로 착하다, 듬직하다, 어른스럽다 말을 통해 사랑으로 생존하는 아이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살지 않을거다. 고양이를 보는 아이의 표정에서 각종 걱정과 불안에서 해방된 가볍고 편안한 웃음을 본다. 아이가 고양이를 통해 매일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 하루하루 쌓이다보면, 행복을 배울수있지않을까 한다. 아이의 가볍고 부담없는 웃음에서 삶의 힌트를 얻는다. 그래 그거야


섬세한 사람들에게도 물론 개나 고양이가 좋지만, 반대로 개나 고양이에게도 섬세한 사람은 꼭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의 소리나 몸짓, 눈빛으로 그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적어도 파악하려 노력하는 우리들은 특별한 훈련이 없어도 따뜻한 보호자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처음엔 부담감과 고양이에 대한 어쩐지 모를, 한국사람으로서 갖는 선입견때문에 맞이하는 것에 대한 큰 부정과 마음의 갈등을 겪었지만, 2년이 지나고 3년차가 되어가는 지금도 고양이를 데려온 선택에 대해 100퍼센트 만족스럽고,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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