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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Jan 02. 2024

06 Me time, 치유의 힘을 느낄 기회를 놓치다.

#심리,#상담,#Metime,#이별,#연애,#유학,#이민

상담의 힘을 처음 느낀 건 스물 한 살 때이다. 마침 남친과 이별을 하고 마음이 힘들어 시도해 보지 않았던 첫 해결책으로서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부모님도 아닌 전문가가 내 영역 밖에 있는 사람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 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선생님께 내 마음을 털어 놓고 처음으로 나의 어린시절 가족환경에 대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는 무조건 숨겨야할 일이고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면 끝이고, 무덤까지 끌고가면 내 인생은 세상 멀쩡해보일거라 생각했는데, 나의 어린시절상처가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지나고, 뇌속에 처리되지 않은채로 남아있으면, 점점 왜곡되고 변질되고 썩어져 사람을 괴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해결을 위해 우선 꺼내 놓아야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상처는 숨겨야 하고 묻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다시 돌봐주기 전까지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계속 그 상태로 그대로 박재되어 *지금, 내가, 아픈* 현재형이지만, 정작 용기내어 안전한 곳에서 상처를 드러내 놓으면 슬퍼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며 화도 나고 우울한 끝에, 마침내 왜곡이 잡히고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구분되며, 점점 상처로 부터 독립한다는 사실을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지금과 천차만별 달라졌겠지.... 지금 내가 이성문제로 괴로운 것, 은은하고 잔잔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강렬한 사람이 주는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것도 사실 그 팩트보다는 마저 성장하지못한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은 어린시절의 기억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아직 살아갈 시간이 훨씬 더 긴 내가 이렇게 어린시절 상처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데, 앞으로 내 인생이 계속 그렇게 이어진다면... 이건 하루빨리 상담치료가 시급하다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몰아치는 과제, 계속되는 남자들의 문자세례, 여자들간의 관계에서의 문제, 가족갈등, 그리고 각종 아르바이트와 공모전, 시험공부, 숙제들은 정기적 상담을 자꾸만 미루게했다.


사실은 그런것들 보다도 내가 내 문제에 더 깊숙히 직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진짜 원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상담치료를 약속한 만큼의 반도 채우지 않고, 4회기차가 되는 주에 눈 꾹 감고 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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