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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연락은 끊고 삽니다.

이민 13년, 한국과의 단절

by 후루츠캔디

이민 온 후, 많은 분들이 묻는다.


"엄마는? 아빠는?"


정확히 말하면 이민 온 직후에는 잘 몰랐는데, 10년이 넘고 13년차 이민에 들어가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은 만나기만하면 한국갔다 온 것을 자랑하는데, 한국에 가서 무얼하고 왔길래 그렇게 자랑을 할까 싶다.난 이민 온 후에 한국 한번도 안나갔는데? 내 말에 모두 엄지척이다. 언니 대단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최장기야. 풋 그래? 나에게 고국이란 존재하긴 하는걸까? 내 나라 생각하면 엄마 아빠 보고 싶고, 먹고 싶은거 많고 그런거 아닌가? 학창시절 친구들과 은사님들이 보고싶다만 신기하게도 가족생각은 없다. 캐나다에서도 한국말 하는 사람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마구 반가워 내 옆구리를 연장으로 찔러대는 내 남편과 달리 난 그러나보다 하고 만다.참, 신기하지, 그래도 이렇게 글과 말은 머리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부모님에 대한 아픔같은것도 고마움같은 것도 모두 다 잊혀져간다.

모두 통틀어 흐려져간다. 존재 자체가

흐려져가는 분들을 붙잡으려 옛기억 떠올리며 글도 써봤지만, 슬픔을 소화하고 아픔을 소화할 수록 이제는 정말 내 인생에서 아무런 영향을 행사할 수 없는, 타인이 되어버린 늙은 여자, 늙은 남자 같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허무해 밥먹다 말고 엉엉 운 날도 있다.


그렇게 모두들 살아가나보다. 나중에 우리 애들도 그렇겠지.

한 나라에 살든, 다른 나라에 살든, 시기의 짧고 김만 있을 뿐, 사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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