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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중간고사를 보러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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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뒤 늦게 늦바람이라도 났나보다. 시험을 거부했다.

최대한 열심히 꼼꼼하게 어드벤스드 생화학공부를 하고, 모든 매커니즘을 암기하고, 모든 substrates, products, enzymes을 외웠다. 그러나 어제 학교 도서관 화장실에서 심각하게 심각한 식중독 증세를 드러냈다. 위아래로 폭포수가 쏟아지는데 머리에 독가스 암모니아가 가득차서인지 수업시간 내내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어지러운걸 간신히 버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바로 샤워를 하고 양치를 하는데 또 다시 변기에 내 몸에 저장되어있던 물을 수(십)리터 입이 뿜어냈다. 세상 처음 본 광경이었다. 너무 어지러워 곧장 침대로 와 누웠다. 내일이 생화학 중간고사인데, 지금까지 외운게 너무 아까운데, 시험시간에 갑자기 토하면 어떻하나, 시험문제가 어지럼증때문에 읽히지 않으면 어떻하나. 디퍼럴 중간고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말고사 비율로 흡수될 뿐이다.


생각해보면 특별히 식중독을 일으킬만한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다.

마음속 묵은 때를 벗겨내면 그 후에, 신체에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던데, 상처를 직면한 후 1개월 간, 우울감과 허탈감을 꾹 참고 공부에 전념한 후유증이 이렇게 구토증세로 표출되는걸까?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후에 들었던, 그러나 내가 꾹 참았던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하다. 어지러워 한걸음 한걸음 걷는것조차 힘들다. 아, 캐나다의 빡센 학사 스케줄안에서 학생에게는 아픈게 최악의 변수이다. 중간고사가 줄줄이 소세지인데, 1개를 무리해서 어떻게든 보고 오면 그 후에 쏟아지는 다른과목 스케줄은 어떻게 소화하나. 속이 개운해질때까지는 학교를 가지 말아야하나


몸의 체력이 한계까지 다달은 느낌이다. 혹 내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캐나다에서 대학을 들어간다면 무조건 힘든 공부들은 입학초기에 최대 몰아완성하시길 권유해드리고 싶다. 앞 3학기정도는 열정가득으로 버틸 수 있는데, 5학기정도에 오면 정말 힘에 부치다. 공부는 체력이 하는거다. 35세만 넘어가면 체력의 반감을 체감한다. 20대는 아무리 힘들어도 잠자고나면 회복되고 다음날 쌩쌩했는데, 이제는 애들과 똑같이 하다가는 진짜 골병들기 일보직전이다. 8학기동안 지침을 체력으로 꾹 누르고 달렸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트랜스포머의 과정을 처절하게 겪다니


어지러워 머리를 벽에 기대어 손가락으로 느슨하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시험을 보러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다.

아 이 성실병, 어찌되든 그냥 쉬자 쉬어 내 몸이 먼저지

외국 생활에서 날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아픈 상태에서 애들을 돌봐야한다는 의무도 있는데...아픈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한다며 상황을 부정하고 얕잡아보기나 하는 남편때문에 한번 더 속이 답답하다.




항상 고민될때에는 생각한다. 같은 상황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을 하며 위로해줄까?


미쳤어, 무슨 이런상황에서 시험을 봐! 너가 먼저이고 시험은 두번째야. 어떻게 고민을 할 수가 있어.

당연히 푹 쉬고 몸이 나아지면 그때 학교에 가는거야. 어지럽고 2일동안 아무것도 못먹고 세숫대야로 물 쏟듯 구토만했잖아.




나같은 사람은 타인에게 말하기 방법으로 시험을 포기하기로 결정 할 수 있다니 참.

나는 나 자신에게 왜 이리 가혹했나를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이건 분명 좋은 일이다. 자아해체 후 맞는 시각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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