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두려움, 고독
일주일 전, 억눌린 분노를 마주하고 나서야 눈이 뜨였다.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쌓아 올린 방어기제가 내 삶을 무의식 속에서 옥죄고 있었다.
그 분노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과거의 잔재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배신하며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자발적인 노예로 살아갔을 것이다. 혹시 내 모습이 남들에게 먼저 들켰을까?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비웃음거리였을까? 그렇게 비겁하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건, 타인의 존중은 물론 내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는 짓이었다. 그간의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웠던가! 단점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내 경우에는 너무도 가혹하지 않나?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대체 얼마간 괴로워야 하나? 그 깨달음은 혼란과 분노의 폭풍을 일으켰고, 그 분노는 내 안의 낡은 족쇄를 산산이 부수는 불길이 되었다.
그 불길 속에서 나는 내 과거를 직시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내 목소리를 억누르고, 그들의 인정에 목말라 내 욕망을 저버리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인정은 내가 그토록 원했던 소속감이자 보호라는 생존의 욕구와 결탁되어있었으며, 안전지대였으니 말이다. 나는 늘 그들의 눈에 비친 나를 연기하며, 진짜 내 모습을 숨겼다. 친구의 무심한 농담, 사람들의 냉소적인 눈초리, 심지어 가족의 무언의 압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자신의 입장과 감정에 진실하지 못하다며 사람들의 가식을 비웃으며 살았건만, 이제 보니 나는 나 자신을 속이며 살만큼 뛰어난 38년차 프로페셔널 감정연기자였다. 때때마다 스스로를 속이는 나 자신을 미쳐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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