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십대 남자아이들을 키우며 마음의 상처 입는 일

by 후루츠캔디

아이들이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지, 큰 아이는 15년, 작은아이는 근 12년째 이다. 어릴때에는 아무런문제가 없었다.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내품 안에 있는 아이들이니, 말도 한국어, 가치관도 나의 그것을 따랐었으니까...눈물 콧물 흘리며 킨더에 가던 순간, 나는 지금 내가 오늘 느끼는 이 감정을 미리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문화속에 아이를 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 부모와 자식간에는 가치관을 전수하고, 바른행동양식을 배우고, 삶의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삶의 품격을 공유한다는 유일한관계적 특징이 있는데, 외국에서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인 이상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나와 갈래가 갈라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느꼈었다. 내 생각을 주변 이민1세대들에게 전달했던 적이 있었지만, 다들 생업에 바빠 그런 종류의 걱정은 사치라 느낀건지, 아니면 쓸데없이 진지하고 내면으로 빠져들어가는 나의 사고흐름을 부담스러워한 것인지 대충 공감없이 대화가 멈추었던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올 것이왔다. 아이들이 사춘기무렵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생활을 각각 10년 그리고 7년씩 해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자연스럽고, 영어의 사고속도가 한국어의 사고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졌음을 느낀다. 이민자 1세대이지만, 이곳에서 20대 초중반에 이 곳 고등학교과정을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간 나와 또 다른 갭을 느낀다. 물론 나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하다. 한국에서 대학교육까지 다 받았지만, 사회생활에 완전히 발 담군건아니라 완전 한국사회에 길들여진 분들, 즉 3040에 이민온 이민자 1세대와는 다르고, 또 여기와서도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거의 첫직장문화를 이곳에서 시작한 나는, 중고등학교때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민온 사람들을 칭하는 이민자 1.5세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비즈니스나 직장생활에 막바로 전념한 이민자1세대와는 고민하는 것, 사회적 요구사항, 그리고 능력 측면에서... 아무튼 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흔히들, 한국은 나이나 관계에 따라 두 사람 이상이 나누는 관계의 서열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물론 그런것에 자유롭고, 20살 차이나는 사람들과도 친구로 지내고 있는 나 이지만, 내 자식에게만큼은 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완전 욕은 아닌데, 빈정거리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나, dump, fuck 이런 종류의 추임새를 남발할 때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빈도가 줄긴 하지만, 어른들도 그런 용어를 쓴다는 것은 알고, 그것이 사회적 관계에서 플러스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틴에이저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을 제발 조선의 딸 엄마앞에서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우 당혹스럽고 참기힘들때가 있는데, 1시간 이상 이 아이들이하는 말을 막힌 공간안에서 들을 때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슬랭이랄까 욕이랄까 틴에이저 놈(norm)이랄까 그런 말들을 한 두마디 참아주고, 주의를 주는 것까지가 나의 관례라면, 1시간이상 막힌 공간에서 이 아이들의 이상한 말이 쌓이고 쌓일때에는 나도모르게 감각이 과부하되어 폭발하고 소리지르게된다. 그렇게 부모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것은 한 단계 격하되는 가정안에서의 나의 입지이다.

늘 우아하고 품격있는 엄마이고 싶다. 매순간 차분하게 아이들의 독립심을 대체하기보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말이다. 낮은 소리로 엄숙하게 주의주는 엄마의 힘을 안다. 대체로 그렇게 아이들을 다루는 편이고, 그래서 애들에게 어떤 면에서는 존경심을 얻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하지만, 욕과 부적절한 말을 남발하는 1시간 이상의 시간은 나의 감각이상을 유발하고, 예민한 나의 신경이 곤두서며 끝내 나 자신은 폭발물질을 뿜어내고야마는 폭탄으로 바뀌고 만다.


폭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폭발하는 그 당시, 나의 행위가 얼마나 정당한지 모른다. 나쁜 말을햇으니,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잠해진 후에 나는 미안한 마음, 수치스러운 마음, 그리고 아이와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밖에나가 아이가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것 뿐인데, 제지당하면 집에서 끝내 입을 닫아버리고, 예, 아니오 대답만 한 체, 문화적 세대적 차이만을 남기지는 않을지. 내 자식과 제대로 못지내면 더 잘 살자고 온 이민생활에서, 몸고생 맘고생만 있는대로하고는 끝내 허무한 인생이 되지는 않을지..


아이와 잘 지내고 싶다. 무조건 내 가치관을 답습하게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내가 백퍼센트 옳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가 백퍼센트 옳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냥 잘 지내고 싶다. 부족한 우리 모습 그대로 그냥 그렇게 서로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며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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