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루츠캔디 Dec 22. 2022

Ms.보다 더 좋은 Mrs.

캐나다에서는 아줌마가 아가씨보다 유리하다.

결혼 전, 나는 한국에서 아가씨 우대 정책의 수혜자 였음이 분명하다.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밖에만 나가면 이 사람 저사람이 몸매와 얼굴에 대해 좋겠다 좋겠다 칭찬하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던 남자들도 나를 훑어보며 '진짜 전형적인 미인상' 이라고 말하는 것을 엿들으며, 나름 그 소리들을 즐기며 살았던 지라 내 발로 땅을 딛고 살았다기보다 공중부양한 상태와 비슷한 정서로 나에게도 주어진 공평한 시간을 보다 가볍게 깃털처럼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떠한 댓가를 치루지 않고도 남자들은 나에게 명품선물을 해대고, 만나달라 사귀어달라 공세해대는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름 옆자리 친구보다 우대받는 기분이 들어 즐겼던 시간이 있었다는 희미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나의 예쁨이 극에 달한 23살 이후에는 그 모든 것이 역겹고 귀찮아져 웬만해선 집 밖을 나가지 않았고, 항상 집 대문 앞 버스 한 대를 정해 그 버스의 노선 안에 들어 있는 거착지 안에서만 나의 행로를 결정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왠지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 무렵부터는 그동안 여중, 여고,여대만을 다니며 사귀어 온 여자애들친구들에게 질투와 질타, 또는 온갖 흘김으로  그 많던 여자친구들이 동나버렸던 것 같았다. 시의 눈빛을 보이지만, 다음날엔 내가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는다든지, 피부관리법이나 식단을 묻는다든지 하는 여자들을 볼 때, 나는 특별히 가르쳐줄 것이 없어서 미안했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다지 외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사실 예쁜편에 속하는 사람들까지 나를 질투하고 못난점을 찾아내려고 할 때에는 이 땅에 발 딛을 틈이 없다, 세상 살기 참 빡빡하네 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했다. 부러 멍청한 척도 해보고 4차원인 척도해보고 광대역할도 자처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짓들이 그들의 강렬한 질투에너지를 꺾어버리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나의 삶을 모방하고자 나와 친구가 되려고 했던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모두 다 짝퉁친구였다는 사실이 나에게 배반감과 인간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정의하기 힘든 인간관계에 대한 미세한 불안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내 삶을 내 스스로 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침 질질 흘리고 달겨 들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어리다는 합당하디 합당한 허수아비 전략과 핑계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갈구었기 때문이다.  정신이 나간 상태, 신병걸린 사람처럼, 어딘지모르게 나사하나 빠져버린 것 같았던 그 시절의 나다.


내가 좀 더 기가 세고 나에게 공짜로 주어진 외적 조건을 완벽하게 요리해 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나 자신의 예쁨을 알았더라면, 좀 더 즐기며 살았을텐데,

연예인도 아니고, 남의 관심이 훅 스치고 들어가는 것도 당황스러웠고, 두려웠고, 무엇보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어 물기빠진 야채처럼 시름시름대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 점을 걱정할 정도까지의 형편이 아님에 감사한다. 하하하


예뻐서 힘든 분들을 적잖히 한 집단에 한 분정도 볼 수 있는데, 꼭 기억해야할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일 수록 결혼을 빨리 하는게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본인이득이란 것이다.

당장은 나의 외모로 인해 공짜로 주어지는 조건들을 즐기며 유유히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모든 것은 정작 내가 내 삶을 살지 못하고 주변 기세에 맞춰 흔들리고, 나도모르게 장단을 맞춰주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행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의 결혼, 아이를 향한 극진한 육아는 들뜬 정신을 안정시키기에 긍정적인 의미에서 특효약이다.

당장에 빨리 결혼하는 사람이 여자의 인생전반으로 봤을 때, 손해보는 것 같지만, 젊을 때 육아 하고 아직 젊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여자 몸과 외모가 그렇게 많이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겁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철저하게 가꾸고자 한다면, 다시 예뻐지는것은 시간 문제이며 이또한 노력문제이다.


아줌마가 된 후 학교를 다니며 결혼하자며 대뜸 들이대는 남자들의 프로포즈를 받은 경험은 몇번 있지만, 합당히 거절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나는 결혼한 사람이며, 남편이 존재한다.

2.아이들이 있는 엄마이다.

3. 너보다 10살 아니 열댓살은 많다.


대부분의 아들들은 아줌마가 3번을 이야기하면 응, 너가 다른애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삼....삼십대? 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방 펀치를 먹인 후, 내 옆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우리아들들 이야기를 하면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다니는 내 큰아들을 데리고 이번 여름에 디즈니랜드 갈거라고, 그러면 내 말을 엿듣던 옆의 놈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참 착각하는것이 한국에 있을 때에는 영화 배우들을 기준으로 타인종을 봐서 모두다 미색일 줄 알았건만, 모두다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로만 가득하다.

물론 그 중에도 미남미녀가 존재한다. 그들이 자기가 할 일에 집중 못하고 붕 떠다니는 것을 보면, 내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캐나다는 사람의 됨됨이와 포스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들로 모여있다.

착한지 나쁜지 겸손한지 이런 됨됨이도 중요하지만, 첫방에 강렬한 포스 한방에 대해 누구나 번쩍 놀라고 정신차리니 그 점을 염두하며 살고 있는데,

그게 그 사람이 품는 아우라이며, 힘이며, 매력이고, 센스 이고,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 그렇다.

아줌마가 된 후에는 마음이 더욱 강해져서인지, 내가 바로 선 상태에서 위에 나열한 요소들이 더욱 드러난다. 나만 그런걸까

내가 아이들을 향해 주는 조건없는 헌신적인 사랑과 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튼튼한 반석이 되어 그 위에 집을 지으니 더욱 나 자신이 당돌해지고 용감해지는 느낌이 드는가보다.


결국 나는 나의 약점이 기가 약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약한 기가 나 자신을 보호해주고, 나를 위험하지 않게 해 주었다.

나쁘다 생각하는 것이 결국 시간이 지나 좋음으로 돌아오니 나에게 더 올 행복은 무엇일까

좌절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자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