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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Dec 29. 2022

어지럽혀진 방

민감한 시각의 소유자 우리 엄마

엄마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와 내 동생이 아주 어릴 때에는 집에서 일감을 받아다가 일을 하셨고, 내가 초등학교에 갈 무렵에 엄마는 집 근처 소규모 산업체에 근무하셨었다.

엄마는 사시사 였는데, 그건 미싱과는 다른 섬세한 감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일제식 직물 편집자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미싱과는 다르게, 아주 얇은 실을 지금의 내 키 아니 그보다 더 긴 바늘 자 처럼 생긴 기다란 기계사이에 촘촘히 끼워 박은 천에

드륵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박으면 고급 니트가 완성되는 그런 일 이었다.

섬세한 감각을 요구했지만, 엄마가 투입하는 감각에너지는 엄청 났으며 남보다 민감한 엄마는 그 일을 나름 잘 해냈던 것 으로 기억한다.

손빨고 발 빨고 다니던 어린시절의 우리를 집에서 키우면서 옷감일을 하셨는데, 우리는 먼지하나 못느낄만큼 엄마는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열심히 하셨던 것 같다.


엄마가 출퇴근으로 직무형태를 바꾸니, 학교에서 오전수업이 끝난 우리는 집에 친구를 데려다 놀았다.

지혜와 나는 인형놀이며 병원놀이, 신기한 놀이들을 많이 했는데, 엄마 퇴근시간인 5시가 되면 나는 어린아이가 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못할만큼 정교한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말끔히 해 정돈하지 않으면, 이 광경을 보고 잔뜩 예민해진 엄마가 나를 또 있는대로 잡을 것이라는 압박감에 엄마가 보면 놀랠노자가 되게끔 정교한 청소를 매일 감행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이 놀던 친구도 항상 정리를 같이 했기에 아직 연락되고 있는 내 친구 지혜도 그 때 이야기를 종종 꺼내곤 한다.

그 무렵이 놀랍게도 내 나이 만 5-6세 경이었다.


그때보았던 엄마의 도깨비눈은 아직도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엄마가 나를 있는대로 패던 소리는 동네길목까지 다 들렸기에 동네아줌마들이 우리집에 와


"애들한테 왜 이렇게 뭐라고 하나, 원래 애들은 어지르고 노는거야. 애들한테 너무 뭐라고 혼내지 마요, 애들 성격형성에 다 영향가니까"


라며 엄마의 행위를 말린 적도 많았다. 그렇다, 그 당시에도 우리 엄마는 다른 아줌마들에 비해 조금 우발적이었고, 신경질적이었다. 엄마의 행동은 이성을 따를 수 없었으며, 화를 내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으므로,  항상 나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우발적인 행위를 겨우 주워담으며, 그렇게 양심을 자급자족하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읾매일 엄마 퇴근시간 맞추어 청소하다 지쳐서인지, 아줌마가 되고 내 아이들이 있는 현재, 집안이 애들흔적으로 쓰레기통 비스무리하게 변해도 나 스스로에게


담대 하리, 담대 하리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엄마는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는것을 참지 못했을 까 생각해보면, 엄마의 민감한 감각이 시각과 촉각에 몰려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요즘 말하는 ADHD여서 그런걸까? 아니면 한국에는 자폐와 관련해서만 소개되는 Sensory Processing DIsorder 때문일까?


여하튼 엄마의 시각적 민감성은 어린시절의 나 조차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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