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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Jan 02. 2023

자극민감형 나, 자극추구형 남편

같은 성향 (감각 민감성) 이지만 상반대인 나와 남편

내가 주로 좋아하는 여가 활동은 산책, 요가, 명상, 글쓰기, 다도 정도이다.

작은 외부 자극으로부터도 충분히 교감되는 나 이기에 너무 커다란 자극은 부담스럽다.

내적 성찰이나 사람과의 대화에서 힘을 얻기도 하는데, 상대방과 도란도란 교감하는 것이 무척 짜릿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성향을 보면 사람들은 극 내향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형에 민감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 본다.

나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을 나와 대화해본 사람은 느낄 수가 있는데 크게 말하면 내 말 소리에 나의 귀 안쪽과 머리신경이 우퍼틀어놓듯 꿍꿍 울리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히 조심히 말하는 편이다.


나의 남편은 나와 정 반대이다.

자극에 민감하다는 것은 서로 같으나, 남편은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일부러 큰 소리를 내 자기자신을 재미있게 자극하는 편이다.

당연히 남편이 보는 티비 소리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화나면 혼자 소리도 지른다.

나의 큰 아이가 이런 아빠의 성향을 똑 닮았다. 스스로 소리를 내고 다니며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성향이다.

내가 내 아이에게 ASD를 의심했던 이유또한 바로 이것이다.

나는 소리에 민감해 클래식음악만으로도, 오디오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을 느끼는데 말이다.


남편은 시각적 자극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새로운 것을 계속 보고 싶어하고, 다른남자들은 부인들이 서운해 한다던데, 내 남편은 내 자신도 모르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의 모습을 먼저 발견해내곤한다.

좀 모른 척 하고 넘어가줬으면 좋겠는데도 모든 차이점을 발견해내고 꼭 언급하고야만다.

나의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시각적 자극을 얼마나 쫓는지, 디즈니 픽사 카 에니메이션을 3살무렵 접하더니 그 이후로도 쭉 레이싱카에 열광한다.

한국에 있다면 아빠는 레이싱 모델들 보러, 아들은 레이싱 카 보러 둘이 코엑스를 엄청 들락거렸을거란 생각을 하며 혼자 키득대는 나다.

나는 시각적 자극에 상당히 예민하다. 자극을 추구하는 편이 아니라 자극을 피하는 편이라는 거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도 민감하고, 꼭 뜨거운 여름이 아니더라도 태양볕에 눈이 자극되는게 너무 힘들어 선글라스는 내 외출에 필수아이템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화려하지 않고 자연이 감싸안고 있는 이 캐나다의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맘에 든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 덮히면, 벌거벗은 나무들이 새하얀 눈을  입고 있으면, 그 자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포근하고, 마음이 아름다워진다.

뭐가 달라진게 있다고 밖으로 에너지내어 나가냐는 남편은 캐나다의 환경이 심심한 모양이다. 아직 1년 내내 변화무쌍한 경이로운 자연의 총천연 맛을 몰라서겠지


그런 우리가 서로를 만족스러워하는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부부간의 물리적 접촉 인 것 같다.

나는 별다른 특기 없는 남편의 기술아닌 기술에 만족하는 편이고, 남편 또한 나의 자극 방식에 극도의 흥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로가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또 자신의 파트너의 감각 처리 속도와 방식에 대해 최대한 정밀하고 정확한 연구가 되어야하는 것 같다.

내가 원체 이런 사람이구나, 상대가 원체 이런 사람이구나, 이것만 파악해도, 상대에 대한 불만에, 부부생활에 대한 불만에 반절 이상은 소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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