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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Jan 13. 2023

5.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의 육아

섬세한 나와 나의 아이들이 서로 공유하는 감정

어제 유퀴즈온더블럭에 탤런트 김혜자님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분의 인터뷰와 눈빛처리를 보며 느낀 건, 저 분은 언어 독해에 탁월한 감각이 있으 시며, 다른사람과의 언어적 비언어적 상호작용에 탁월한 분 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앞 스텝들과의 상호 작용뿐만 아니라 그분의 그 성격특성이 배우삶에 있어 얼마나 큰 영감과 감성을 불어넣어주었으며, 그것이 관람하는 우리 시청자들과 소통하게했다는 점이 이해가 갔다. 김혜자님도 섬세한 분 임에 틀림 없었다.


나는 섬세한 사람이다.

아이와의 육아에서도 아이와 에너지를 상호작용하다보니, 아이의 몸과 맘의 에너지가 읽히고, 말하지 않아도 감동한다.

나의 아이들 또한 나와 닮아 나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느낀다.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아이들도 기분이 좋지 않아지며, 내가 행복하고 기쁘면 내 아이들도 그 감정이 전염되는 듯하다.


하나 가장 힘든 점은, 아이이기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격양된 감정처리에 나 까지 함께 동원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를 가장 힘들어할때는, 세 네 살무렵의 텐트럼이 있을 때 였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 격렬하게 울고 소리지르며 감정표현하는 아이의 에너지가 그대로 나 자신에게 흡수되어  우는 아이를 달래주면서 2시간, 그 후에 내 감정을 정리하느라 2시간, 그러다보면 밥 차려야하고, 빨래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또 다시 시작되는 아이의 강렬한 정서표현, 그렇게 기진맥진 한채로 매일매일을 보내던 시기이다. 아이의 강렬한 울음소리와 버둥거림을 보고 아이의 정서와 만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나 피가학적인 행위였다. 누가 Highly Sensitive Person; HSP가 갖지 말아야할 직업 중, 1순위를 유아교사라고 분석해 놓았던데, 다른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고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갖지 말아야할 직업을 남을 돌보는 일이라고 말 한 부분이 너무나 아이러니 했지만, 또 한편으로 무슨말인지 몸으로 인식하게 되는 기간이었다. 이 HSP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하게 만든 기간이기도 했다. 많이 힘들어 지침에도 불과하고, 아이들을 한국식으로 말하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만5세가 되어 킨더가든에 들어갈때까지 내가 직접 돌보아주었다는 것도, 엄마를 떨어져 있을 때 외로울 아이의 정서가 경험이 없어도,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그대로 느껴 졌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곳에 처음 이민 와, 잡았던 직장은 지금 대학 내 차일드케어센터였는데, 그 곳에서 우연히 한국 아이를 만난 경험이 있다.

수퍼바이저 자격을 갖고 취직한 이 직장에서, 킨더가든에 마침내 들어간 내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의 정서적 민감성을 고려해 그곳의 풀타임제안을 어렵사리 거절하고, 파트타임으로 만 일하기 원했던 나 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방마다 돌아다니며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고, 나의 육아에 대한 아동에 대한 경험을 나눠주고, 디렉션을 제시하며 협업하는 일 이었다. 8개의 전 반을 한 주 내에 돌며,아이들의 이름 전체를 외우고 한 아이 한 아이마다의 특성이 모두 파악되었다. 그 중 가장 반가웠던 건 만 5세반에서 만난 한국아이이다. 그 아이 와의 정서적 상호작용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엄마 보고싶다며, 한국말로 말하던 그 아이는 낮잠시간 끝내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 아이가 예쁘고 귀하지만 다른 아이에게도 내 손길이 필요함이 너무 마음아팠다.  분명 한국말로 말하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아이라는 건데..외국사람들 틈에서 얼마나 두렵고 외로울까..

아이들에게 깊게 빠져드는 나는 경영자 관점에서는 섬세하고 경험많고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좋은 교사였지만 최대한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동료들 안에서 정서적으로 아이들과 깊이 연결되어 기계적으로 빨리빨리 움직일 수 없었던 나는 그다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답답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순진하게 생각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이었을지도.. 어떻게 저렇게 감정적 공감없이 아이를 속에서 일하지? 그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 입장에서 그 들은 최악의 사이코패스 아동교사들이었다.  말이 "한 반"이지 그 한 반 이라는 곳에 20명이 넘는 3-4세 아이들이 한 곳에 있는 건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마음대로 화도 내도 투정도 부리고 귀여움도 받아야 잘 클 수 있을텐데, 나의 육아에 대한 강한 신념과 맞지 않는 곳이었다. 큰 기관의 특성상 대체교사가 항상 즐비해 안정적인 육아가 불가능하고 일이 정규교사에게만 몰리는 것도 육아의 질을 떨어뜨리는 구조였다. 이런말은 조심스럽지만 내 생각에서는 분명 데이케어/어린이집은 자본주의 또는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모든 인간을 인력으로 부리기 위해 애들을 한통속에 집어넣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행위이다.


피해를 보는 건, 여리고, 보호받아 마땅한 순수한 약자인 어린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깊이 아파했다. 피해자는 아이에서 그치기만 할까? 마음아프게 남의 손에 아이 맡기고 죽어라 일해도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가능성 마저 희박한... 바로 우리들, 이 세상 엄마 아빠 모두이다. 결국 나는 그렇게 큰 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 퇴퇴사했다. 그런곳에서 정규로 일한다한들 내가 행복 할 수 없었고, 캐주얼로 일한다 한들 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나의 의도가 맞다고 해도 그 사회가 나를 받아들여주고 인정하려는 자세가 없다면 나는 물위에 뜬 기름이 되어 제거대상이 된다. 좋은 뜻을 가졌으면 나를 알아봐 줄 사람들이 있는 곳이 분명 있을거야, 서로 다른거지 나의 의도가 맞다면 나를 믿어야해.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우리 HSP들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나의 요구사항을 내 아이에게 푸시하기보다는 아이의 말을 경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로 인해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귀히 여기게 되며, 그것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됨을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느끼고 있다. 물론 그게 현재나 미래의 고용시장안에서 먹힐 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고용시장에서 효율성을 발휘하고자 함이 삶의 목적이 아니고, 또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존중받아 마땅하게 대우받는 분야 안에서 내 아이가 일하고 숨쉬게 하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섬세한 부모의 깊은 육아는 커서도 가치를 발현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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