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아
열 번째 마음,
늦은 밤, 밖에서 돌아와 여느 때처럼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방에 있다가도 기척이 들리면 늘 "그래, 왔니." 인사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어쩐 일인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집에 없나 싶어 안방문을 열어보니 엄마가 불도 켜지 않은 채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열중해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 보느라 그랬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저렇게 보면 눈 나빠지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음은 그래도 눈 나빠질까 걱정이 되니 꼭 불을 켜고 보라고 상냥히 말하기는 어쩐지 좀 쑥스러웠다. 그냥 문득 생각나서 하는 말인 듯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하려고 했던 게 "엄마, 뭐해! 눈 나빠진다!" 하고 야단을 치는 듯이 말을 하고 말았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서 어두운 데서 핸드폰 보면 눈 나빠진다, 불 켜고 봐라, 그렇게 야단을 들었는데. 무언가 뒤바뀐 느낌이 들어 말해놓고도 미안했다.
이미 나온 말이지만 아무래도 엄마한테 좀 너무했지 싶어 슬쩍 눈치를 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가 멋쩍게 웃으며 아이처럼 옆머리를 긁었다. 좀 더 다정히 말할 걸. 걱정돼서 한 말이라고 말이라도 좀 그렇게 할 걸. 후회 끝에 덧붙인 말은 한층 더 불퉁하게도 "아니, 눈 나빠지니까 불 켜고 보라구." 였다.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색한 표정으로 불을 켜고서 안방문을 당겨 닫았다. 좁아지는 문틈의 사이로 엄마가 점점 작아지는 것이 보였다. 문을 닫고도 한참 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꼭 닫힌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선 채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엄마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가끔은, 엄마가 나보다 어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 엄마에게 큰 소리를 친 건 난데 내가 야단을 맞은 것처럼 마음 한 쪽이 자꾸만 저려왔다. 엄마보다도 어른이 되는 일. 나는 아직, 그 일이 무섭다.
*매일의 감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