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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버금 Oct 21. 2018

스마트폰과 스마트하지 않은 일상

서두르다 보니 서투르게만 됐다



열아홉 번째 마음,

서투르다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이 몇 가지 있다. 손에 익은 볼펜 한 자루, 뭔가를 닦을 때 유용한 물티슈, 가방 안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는 립 밤과 분명 다 쓴 듯 보이지만 힘주어 짜면 또 나오는 마법의 핸드크림 등.


   그 중 볼펜과 물티슈, 립 밤과 핸드크림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없는 대로 다니지만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만 하는 물건도 있다.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도 내일 또 보는, 작고 소중한 스마트폰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라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은 매일같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 물건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꼭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하려면 스마트폰이 꼭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용하는 어플들 중 가장 자주 쓰는 어플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간단하지만 중요한 것들이다. 하루의 시작을 도와주는 알람 시계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지하철 노선도와 같은 일상 어플들이 그런 것이다. 그러니 노선 정보가 제공되는 어플에 똑똑한 알람의 기능이 추가된 것은 또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 어플인가. 가장 애용하는 어플이 버스 어플이 된 까닭은 그 빼어난 유용성 때문이었다.


    

   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운행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집에서 나간 시간이 맞으면 바로 타고 그렇지 않으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주는 버스 어플의 기능은 그 때문에 무척 유용하다. 그래봤자 삼 분, 오 분 정도를 아낄 뿐이지만 그 정도라도 길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집에서 미적거리다 나가는 게 훨씬 스마트한 도시 사람이 된 느낌을 들게 한다. 나가기 전부터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나가니 어찌나 효율적이고 편리한지.

  

   그 뒤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꼭 어플을 먼저 본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몇 분 정도 뒤에 도착하는지를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지하철 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의 경우 간격이 넓은 편인데 도착 시간을 확인했을 때 유독 10분이 남았거나 3분이 남은 경우가 많았다.    


   3분이 남았을 땐 서둘러서 나가기도, 10분이 남았을 땐 잠시 기다렸다 나가기도 했다. ‘몰랐으면 놓칠 뻔했다’. ‘몰랐으면 5분씩이나 기다릴 뻔했다’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습관을 들이고 보니 그 둘의 경우 모두 달갑지가 않아졌다.


   10분이 남으면 아직 시간 여유가 많다고 생각해 괜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도, 냉장고를 열어서 마실 것을 찾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시간을 확인하면 믿기지 않게도 갑자기 2분이 남았다고 뜬다. 그때는 헐레벌떡 뛰어가도 버스를 놓친다. 그것도 아예 놓치면 모르겠는데 꼭 약 오르게 코앞에서 놓치곤 했다.


   또 반대로 3분이 남으면 지금 바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챙겨야 하는 물건들을 가방에 대충 쑤셔 넣고서 급히 뛰어나가야 했다. 어떻게 버스에 타긴 타서 카드를 찍으려고 보면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거나 이어폰을 안 가지고 나왔거나, 혹은 둘 다 안 가지고 나왔거나 했다.



   도착 시간을 알면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줄 알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긴대로 짦으면 짧은대로 마음은 두 배로 급해졌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이런 상황에서도 쓰게 될 줄이야. 분명 편리해서 들인 습관이었는데 이제는 그 습관 때문에 버스의 도착 시간을 몰랐을 때보다도 더 허둥지둥하게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조금은 스마트하게 살 줄 알았는데, 매번 서두르다 보니 나는 어쩐지 더 서투르게만 되어버렸다.








* 매일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 말글 ⓒ your_dictionary_ 
* 그리고 사진 ⓒ your_dictionar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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