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도 취업도 한 발씩 늦었던 나는 늘 축하를 하는 쪽이었다. 축하를 받는 주인공보다는 그의 옆에서 꽃과 박수를 보내는 역할.웃으며 인사를 건네면서도못내 조바심이들 때엔오롯이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지 못하기도 했다.그럴 땐 속 좁은 내 모습이 얼마나 밉던지.얄궂은 조바심과 열등감이 혹여 보일 새라커다란 꽃다발 뒤로애써 몸을 숨기곤 했었다.
한 발씩은 늦었지만 겨우 졸업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서는 축하를 받는 일이 내게도 가끔 생긴다. 익숙하지 않은 축하 인사에 허둥거리기를 몇 번. 이제는 고마운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덕분이다, 하는 인사로 보답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축하를 받는 이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고 있다.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 또한어렵다는 걸. 기쁜 표정 아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얼굴을어렵게 숨기는 일도그런 일 중 하나였다.
며칠 전의 일이다. 대학생 때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 몇 년 만에 안부를 나누었다. 시험을 준비하다 아쉽게 떨어졌다는 소식을 몇 번 들은 뒤로 전처럼 소식을 편히 묻지 못하고 있던 친구였다. 먼저 연락을 하기도, 받을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도 어려워 망설이던 시간이 몇 년. 이대로 연락이 끊기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고맙게도 친구가 내게 먼저 연락을 해주었다.
오래 방황하던 내가 글을 쓰고 있단 소식을 들은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니 정말 잘 되었다고, 꿈을 이루고 있는 네가 부럽다며 솔직함이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 활짝 웃는 표정에 전해오는 마음은 또 얼마나 꾸밈없이 다정한지. 너무 다정해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머쓱하고 부끄러워 고맙다는 말로 얼른 둘러대려다 이 말이 무심한 인사치레는 아닐지를 잠시 생각했다. 나로서는 몇 년이나 망설였던 안부를 먼저 물어와준 친구에게 배려를 가장해 함부로 말을 숨기는 건 아닐는지. 무난한 말 포장 뒤로 또다시 숨기보다 솔직한 마음을 건네는 편이 더 맞는 일인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용기를 내어 고맙다는 말 뒤에 숨겼던 나머지의 말을 말했다.
"우리 서로 축하할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지? 언제든 축하할 일이 생기면 내게도 꼭 알려줘. 내가 제일 크게 축하해줄게."
농담 섞인 듯 전한 말 덕분인지 우리는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우스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몇 년이란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어느새 한결 편해진 사이를 느끼며 생각했다.서로 힘들 때 돕고어려울 때갚는 품앗이처럼,축하하는 일또한마음에겐 너그러운 품앗이가아닐까 하고.
오랜만에 묻는 인삿말에 축하한다는 말만큼 좋은 핑계가 또 있을까. 그동안 네 소식이 궁금했다고뒤에서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었다고,문득 손 내밀듯이. 욕심이 많은 나는 축하를 받으면서도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 생겨나 더 자주 축하를 주고 받을 수 있기를마음속으로감히바랐다.작은 일에도 잘 됐다, 기쁘다, 축하해, 진심을 진심으로말할 수 있기를.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