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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버금 Apr 26. 2019

진심이 진심에게 하는 말



서른여덟 번째 마음,

너그럽다         


     

  졸업도 취업도 한 발씩 늦었던 나는 늘 축하를 하는 쪽이었다. 축하를 받는 주인공보다는 그의 옆에서 꽃과 박수를 보내는 역할. 웃으며 인사를 건네서도 못내 조바심이  때엔 롯이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지 하기도 했다. 럴 땐 속 좁은 내 모습얼마나 밉던지. 얄궂은 조바심과 열등감이 혹여 보일 새라 다란 꽃다발 뒤로 애써 을 숨기곤 했었다.

     

  한 발씩은 늦었지만 겨우 졸업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서는 축하를 받는 일이 내게도 가끔 생긴다. 익숙하지 않은 축하 인사에 허둥거리기를 몇 번. 이제는 고마운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덕분이다, 하는 인사로 보답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축하를 받는 이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고 있다.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 또한 어렵다는 걸. 기쁜 표정 아래 마냥 기 수은 없는 얼굴을 어렵게 숨기는 일 그런 일 중 하나였다.

          

  며칠 전의 일이다. 대학생 때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 몇 년 만에 안부를 나누었다. 시험을 준비하다 아쉽게 떨어졌다는 소식을 몇 번 들은 뒤로 전처럼 소식을 편히 묻지 못하고 있던 친구였다. 먼저 연락을 하기도, 받을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도 어려워 망설이던 시간이 몇 년. 이대로 연락이 끊기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고맙게도 친구가 내게 먼저 연락을 해주었다.


  오래 방황하던 내가 글을 쓰고 있단 소식을 들은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니 정말  되었다고, 꿈을 이루고 있는 네가 부럽다며 솔직함이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 활짝 웃는 표정에 전해오는 마음은 또 얼마나 꾸밈없이 다정한지. 너무 다정해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머쓱하고 부끄러워 고맙다는 말로 얼른 둘러대려다 이 말이 무심한 인사치레는 아닐지를 잠시 생각했다. 나로서는 몇 년이나 망설였던 안부를 먼저 물어와준 친구에게 배려를 가장해 함부로 말을 숨기는 건 아닐는지. 무난한 말 포장 뒤로 또다시 숨기보다 솔직 마음을 건네는 편이 더 맞는 일인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용기를 내어 고맙다는 말 뒤에 숨겼던 나머지의 말을 말했다.  

   

  "우리 서로 축하할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지? 언제든 축하할 일이 생기면 내게도 꼭 알려줘. 내가 제일 게 축하해줄게."


  농담 섞인 듯 전한 말 덕분인지 우리는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우스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몇 년이란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어느새 한결 편해진 사이를 느끼며 생각했다. 서로 힘들 때 돕 어려울 때 갚는 품앗이처럼, 축하하는 일 또한 음에겐 너그러운 품앗이 아닐까 하고.


   오랜만에 묻는 인삿말에 축하한다는 말만큼 좋은 핑계가 또 있을까. 그동안 네 소식이 궁금했다고 뒤에서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문득 내밀듯이. 욕심이 많은 나는 축하를 받으면서도 에게 더 좋은 일이 생겨나 더 자주 축하를 주고 받을 수 있 음속으로 감히 바랐다. 은 일에도 잘 됐다, 기쁘다, 축하해, 진심으로 말할 수 있. 리가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기를.








* 매일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 말글 그리고 사진  your_dictionar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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