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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주 Jan 29. 2017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 문장이 그렇게나 이상했다

자, 미리 인정한다. 내 문장은 가끔 그럭 저럭 봐줄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이상하다.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번역서로 된 영미 문화권의 작품만 접하다 보니 영어도,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0개 국어의 신세를 면하지 못한 탓이다(는 과장이고, 한국어만 편한 1개 국어 학습자입니다).


이 책을 발견 했을 때 덜컥


20년 동안 교정일만 하신 분이라니 얼마나 뭐라고 잔소리를 해놨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잔소리는 싫다. 하지만  이상한 내 문장을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읽기 시작했다.

책의 저자인 김정선 선생님이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호되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보여준 많은 예시는 내가 쓴 글을 읽어 보고 난 후 골라낸 문장들 같았다. 이런 실수가 어떤 작품에서나 나온다고 했지만 그 동안 발행했던 많은 글들이 부끄러워졌음은 틀림없다. 확실히 선생님이 교정한 문장들은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했으며 세련되었다. 이 책을 읽은 후라 문장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긴 하지만 이 짧은 글 안에서도 선생님의 눈에 걸러질 표현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방금 전에도 '한 두개가 아닐 것이라는 걸'이라고 썼다가 '아니라는'으로 바꾸지 않았는가).


책은 재밌었다. 교정법을 알려주는 딱딱한 이론서라는 예상과는 달리 긴장감이 넘쳤다. 교정에 대한 하나의 원리를 알려주면, 그 다음 부분에는 '함인주'라는 작가와 주고 받은 메일에 대한 이야기를 넣는 식으로 전개된 구성 때문이었다. 이 서사가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는 없었으나, 나의 관심을 사로 잡았고 극적인 결말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결국 또 한번 글이라는 존재, 그리고 언어라는 도구 앞에 굴복했다.


글쓰기 포기해야돼?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눈치 챘는지 김정선 선생님은 말했다.

자신이 문장을 다듬을 때 염두에 두는 원칙이라고는 단 하나라고.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


그래 글을 쓰는 누가 됐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천재 시인 랭보도, 얼마 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도, 평론가 신형철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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