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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주 Jan 31. 2017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면

연휴에 봤던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프리츠 게징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이다. 1993년에 독일에서 나온 책이라는데 지금까지도 교보문고의 매대의 중앙에 자리한 걸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싶어 골랐다(참고로 문학창작법에 대한 실용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쓸 만한 과제를 내준다는 점이었다.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거리상 너무 멀거나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 모임을 찾기 힘들던 차에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는 듯하다.


저자는 369p.부터 많은 과제를 주고 있다. 다음은 그 주제에 대해 옮겨 온 것으로 1주일에 1개씩의 주제를 연습하면 약 1년이 좀 안 되는 분량이 나온다.


워밍업을 위한 과제 

어린 시절의 하루를 생각하라.

여러 개의 이름을 고안해내고, 이런 이름을 들을 때 어떤 게 떠오르는지 기록하라.

어떤 잡지든 처음에 나오는 문장을 단편소설에 이용해 보라. 어떤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스토리를 끝내 보라.

사전이나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아 쓴다.

30개의 낱말로 완성된 글을 써본다(주제는 상관없지만,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정원에서, 양념이나 약품을 넣어두는 장 혹은 그 밖에 다른 곳에서)를 찾아보라. 그 기억을 적어보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살려보라.

무엇이든 1인칭으로 그것에 관해 글을 써보라. 마치 그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써보라(책상 서랍의 내부, 귀걸이, 정원의 돌, 창틀, 과자, 깃털, 시계, 배 등).

책이나 잡지에서 당신에게 뭔가 말하는 얼굴 하나를 찾는다. 그리고 이 얼굴과 함께 인물 한 사람을 독자가 생생하게 느끼도록 기록해보라. 그 인물의 모든 것, 삶의 이야기, 대화, 느낌, 꿈, 두려움을 기록하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캐릭터의 초상화를 설계해보라.


도입, 결말, 클라이맥스

소설이나 단편의 도입부를 써보라(첫 문장-첫 단락-첫 페이지-첫 번째 절, 장면 순으로 써보라).

도입부에서 1인칭 인물이 자신을 소개하게 하라.

전지적 시점에서 화자가 자신을 소개하고, 소설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도입부를 써보라(예를 들어 낯선 사람의 여행이나 도착).

현실의 규범을 파괴하거나, 잘 모르는 세계로 인도하는 스토리의 도입부를 써보라. 이때 새로운 규칙을 정립해보라(판타지, SF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시각에서(카메라 눈으로) 소설을 시작해보라.

단편소설의 마지막 단락을 써보라. 놀라운 내용으로 마지막 단락을 써보라.

주인공이 최고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보여주도록 하라(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서술 행동에서).

긴 소설과 짧은 단편을 쓸 때의 리듬으로 여행, 경치, 성관계에 대하여 짤막한 글을 연속적으로 써보라.


성격 묘사

한 인물에 대한 성격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묘사해보라.

양면성을 지닌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라.

한 명의 캐릭터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스케치해보라. 이때 독자가 이 인물의 성격에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경치, 날씨, 대상물 등을 이용하라("그녀는 묘지에 있는 실측백나무처럼 경직된 채 서 있었다"라는 식의 비교는 사용하지 마라).

갈등이 표출되는 장면의 단편을 설계하거나 써라. 이런 장면에는 두 인물과 그들의 관계가 장면 상의 배경(대상, 경치, 날씨)을 통해 성격이 나타난다. 신파적이고 진부한 것들(가령 뇌우)은 피하고, 오히려 식사 시간과 같은 일상을 선택하라.


스토리의 전개

특별한 장르 문학(유령 이야기, 호러소설, 탐정소설, SF, 모험소설 등)의 전형적인 요소와 동기를 찾아보라.

20개의 주요 플롯을 보완하고 변화시켜서 전형적인 줄거리 패턴을 발전시켜 보라.

멋진 클라이맥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스토리의 도입부와 결말을 전개시켜보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전형적인 '주제'를 찾아보고, 이들 주제로부터 스토리를 개발하라.

고전적인 상징(예를 들어 바다, 화산, 도끼, 오래된 나무 등)에서부터 출발하여 스토리를 개발해보라.

다음의 패턴에 따라 스토리를 개발해 보라.

    - 최초로 떠오르는 묘안들을 수집하기(브레인스토밍)

    - 무슨 이야기여야 할까?

    - 주인공과 적

    - 갈등, 위기

    -줄거리의 진행

    - 환경, 세팅

    - 제목

기존의 스토리를 변경시켜보라(전형적인 예를 들자면, 최악의 상황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보아라).

단편을 써보라.

    - 어떤 동물에 관해

    - 성경, 신화, 동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에 대하여 


묘사

다음을 묘사해보라.

    - 부모님에 대하여

    - 신화적인 동물에 대하여

    -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하여 

화려한 치장 없이 묘사해보아라.

   - 화장실에 가는 사람에 대하여

    - 토하는 사람에 대하여

    - 한 명의 아이를 살해한 사람에 대하여

분위기를 묘사하라(감정적인 색채가 중요하다).

어떤 경치를 다양한 버전으로 묘사해보라.

간단한 행동을 묘사하라(예를 들어 연필을 뾰족하게 하다, 꽃을 심다, 지하실에서 쥐 한 마리를 잡다).

시체를 발견하기 전의 일련의 과정을 묘사해보라. 이때 앞으로 발견하게 될 것과 현재 사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독자들이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들어라.


분위기 전달

역겨움의 대상이었던 남편이 방금 죽고 난 뒤 할머니의 시각에서 경치를 묘사해보라(남편과 죽음에 대해서 언급하면 안 된다).

방금 살인을 저지른 젊은 남자의 눈으로 호수를 묘사해보라.(살인에 관해서는 언급하면 안 된다).

새의 시각에서 경치를 묘사해보라(새에 관해서는 언급하면 안 된다).

방금 전쟁에서 아들이 죽은 남자의 시선으로 건물 하나를 묘사해보라. 이 건물은 행복하게 연애를 하던 시기에 보았던 건물이며, 그때와 동일한 날씨와 시간대라고 가정하고 말이다(건물에 관해서만 묘사한다).


독백과 대화 

최소한 세 페이지에 달하는 긴 독백을 써보라. 중단되는 부분(휴식, 몸짓, 겉모습 그리고 시선이나 접촉 등으로 인한 세팅의 암시)은 말하는 사람의 성격을 묘사해줘야 하고 독백의 리듬을 따라야 한다. 내용이 지루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입장을 상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통해서나, 아니면 그것을 맥락 속에 묻어두는 방식으로 전개해보라.

한 인물이 감동적으로 자신을 변화하게 해보라. 이때 아이러니는 사용하지 말아라.

두 사람이 각각 비밀을 가진 채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써보라. 비밀이 누설되어서는 안 되지만, 독자는 그것을 예감해야 한다(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팀장이었던 여성이 직장을 잃었다거나, 그녀의 남편은 실직한 교사로 아내의 포르셰 자동차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두 사람이 다르게 이야기하도록 하라. 대화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해야만 한다.


주제와 변화

일상적인 사건에 대하여 묘사하라(예를 들어 한 남자가 전철에서 내리고, 비틀거리고, 주위를 돌아보다가 곤란하게 누군가와 부딪치고서 한 여자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본다). 그리고 캐릭터와 세팅의 요소를 바꾸지 않고 묘사한 것을 변화시켜 보라. 어투, 어조, 서술 거리, 관점, 문장 구조 등을 변조하라.


언어와 리듬

상당히 날카롭고 인위적인 산문 쓰기를 시도하라.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로써 산문을 쓴 다음에, 대상을 통해서 그 내용을 합리적으로 전개해보라.

다양한 소리의 강약(긴 모음과 부드러운 자음, 혹은 짧은 모음과 딱딱한 자음)을 사용하여 캐릭터를 묘사해보라.

산문의 리듬을 감지할 수 있는 연속적인 글을 써보라.

최소한 한 페이지가 되는 아주 긴 문장을 써보라. 각각의 문장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주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학작품 중에 한 권을 집어서 아무 곳이나 펴고 여기에 있는 내용을 관점, 어투, 서술 방식 등에 따라 바꾸어보라.

통속적인 서술에서 전형적인 예를 찾아보고 이것을 바꿔 써보라. 이때 진부한 것은 삭제하라.   


또한 403p.부터 나오는 저자의 추천 책 리스트도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한 작품들이다. 


아무튼, 일주일에 하나씩 저자가 일러준 과제들을 해볼 생각이다. 좀 거창하긴 하지만. 내가 나에게 셀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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