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30일
2009년인가 2010년 이후 처음 도쿄에 갔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럭비공처럼 대체로 튀었다.
오래 걸었으나 항상 부족하게 느꼈다.
동네를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운동화를 따로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열심히 패션 매장들을 찾았으나, 어릴 적 처음 도쿄에 왔을 때만큼 열렬하게 패션 매장들을 돌지는 못한다고 다시금 느꼈다.
휴양지를 빼고 에어비앤비 Airbnb로 처음 숙소를 잡았다. 첫 숙소는 아주 깨끗했고 조용한 신주쿠 주택가에 있었다. 두 번째 숙소는 시부야 번화가 한복판 빌딩 11층이었고 조금 더러웠으며 각 층의 모르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옴니버스 영화를 찍을 수 있겠거니 싶었다. 둘의 가격은 엇비슷했다. 다음에 오면 호텔 반, 에어비앤비 반으로 이용할 듯하다.
료칸은 가지 못하였다.
다이칸야마 티사이트 T-Site 안에 있는 츠타야 서점 Tsutaya Book Store은 마지막 날 몇 시간 보기에는 턱도 없었다. 2만2천 엔어치 책을 샀다. 실제 면적만 놓고 보면 광화문 교보문고가 밀리지 않겠지만, 책과 온갖 출판물을 비롯한 아날로그 매체와 그를 즐기는 문화의 저력을 깊숙하게 이해하는가 아닌가, 차이가 났다.
몇 벌의 옷을 샀지만, 모두 어느 정도 후회하고 있다.
빌리어네어보이즈클럽 Billionaire Boys Club의 빈티지 후드 파카나 스웨트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베이프 A Bathing Ape®만큼 일본에서 인기가 시들해서인지 하라주쿠 뒷골목 세컨핸즈 매장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지금 BBC 매장에서 파는 건 사고 싶지 않았다. 베이프 매장 역시 중국 관광객들만 들락거려서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1분도 안 돼서 나왔다.
그나마 가장 기쁜 쇼핑은 사진집이거나 작은 문구류일 거다. 알라스데어 맥렐란 Alasdair McLellan의 사진집 <세레머니 Ceremony>를 츠타야 서점에서 냉큼 집었다. 사지 못했던 타카시 홈마 Takashi Homma의 사진집도 몇 권 샀다.
같은 6mg이어도 도쿄 팔리아멘트 라이트는 더 머리가 어질, 했다.
서울로 출발하기 한 시간 사십 분 전, 다시 일 걱정에 머리가 더 어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