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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30. 2016

책, 잡지들

2016년 7월 28일

서점에 들르면 요즘은 예전보다 더 곳곳에 오래 머무른다. 보통 이렇게 시간 보내는 곳은 대형서점들이다. 어쨌든지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종류의 책을 집어 들더라도 참 소중한 '읽는 이들'이다. 그들을 슬며시 관찰하고 내가 모르던 책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습관처럼 보는 곳은 방앗간 앞 참새처럼 잡지 판매대인데, 대형서점에는 약속한 것처럼 어디에나 딱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본 잡지 판매대, 그리고 대한민국 잡지들과 외국 잡지 판매대.

사람들이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건 맞는 얘긴지, 영풍문고도 교보문고도 여러모로 '책'의 매력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동선, 이벤트, 실내 장식과 편의 시설까지 갈수록 세련되게 진화한다. 그러나 '잡지' 코너로 눈을 돌리면 어쩐지 갈수록 씁쓸해진다. 여러 잡지의 안타까운 폐간 소식과 비례하는 것인지 잡지가 놓인 공간은 꼼꼼하지도 않고 치밀하거나 계산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 시대 그 순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손에 쥘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거대한 아크릴 상자 안에 온갖 '이달의 부록'들은 되려 사람들이 얼마나 이 고생의 결정판들에 손을 뻗어 다가서지 않는가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만 같다. 외국 잡지들을 배치한 구성도 대체로 엉망진창이다. 구색 맞추기 이상, 이하도 없다. 실제로 잡지에 열정이 있는 이들이야 대형서점에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서점이 잡지를 다루는 모습들이 지금 우리 잡지들의 민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사람과 옷과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고, 소비를 반드시 조장하거나 그 계절만을 치르기 위하여 포장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무래도 책의 형태를 빌려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스마트폰, 모바일, 어쩌고저쩌고 하더라도, '이야기들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란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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