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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Aug 19. 2016

전시를 준비한다

2016년 8월 10일

촉박하게 전시를 준비하며, 작정하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쓴 글과 찍은 사진을 순서대로 혹은 역순으로 보고 있다. 어떤 글은 암호처럼 썼으나 그때 감정과 장면이 떠오르고, 어떤 글은 참 냉소적이었다. 일종의 중2병 비스름한 애(애는 아니었지만 사실)였구나 싶은 면도 있고, 어떤 글은 지금 봐도 공감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이제는 같은 나인데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마주한다. 사진 또한 비슷한데, 내가 서울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대체로 남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은 어딘지 하나씩 이상하고 투박한, 그러나 정직한 사진들이었다. 요즘 찍은 사진들을 보니 그런 투박한 느낌을 알게 모르게 줄이는 내가 있구나, 라는 점을 예전 사진들을 보며 알아챈다.

굉장히 말쑥하고 세련된 '전시'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무언가 지금까지 해왔고, 그것들이 내 직업적인 경력 일부로 기능했다면, 아니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 번쯤 혼자 과거의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모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종류의 일이란 작정하고 계기를 만들지 않는 한 계속 돈을 버는 지금의 여러 업무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주일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고생, 고생하고 있다.

많은 걸 우리는 본다. 우리가 보는 문화의 가공 수준 자체도 수년 전과 비교하여 여러모로 올라온 기분이 든다. 그런 요즘 같은 때에, 반대로 혼자 이것, 저것 충돌하며 해나가는 느낌으로 전시라는 걸 준비하고 싶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재밌겠다.' 싶어서 벼룩시장을 열고, 독립출판물을 모으고, 새로운 패션 디자이너와 사진가에 열광하고….  그 시절의 나는 어느 정도 희석되었고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것을 잘 안다. 성대하게 돌아보는 과거가 아니라 '아, 이런 내가 있었다'면서 처음 무얼 시작했을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지금,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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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UNTITLED 서울 무제 : N° 01  —  N°  100
 
100 Photographs and 100 Essays
from April 2006 to August 2016
by Hong Sukwoo also known as Your Boyhood,


Mon, August 15 -Tue, August 30, 2016
GREAT KOREA GALLERY at GOOD TIMES BAD TIMES
26-7 Donggyo-ro 38 Gil, Mapo-gu, Seoul, Republic of Korea(서울시 마포구 동교로38길 26-7, 굿타임즈 배드타임즈, 그레이트 코리아 갤러리)

Opening
5:00pm - 10:00pm, Mon, August 15, 2016


평일 3:00pm - 9:00pm

주말 1:00pm - 9:00pm


yourboyhood.com / @yourboyhood

goodtimesbadtimes.kr / @goodtimes_badtimes_cokr / @great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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