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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25. 2016

31도의 더위

2016년 7월 25일

31도의 더위가 서울을 달구고 있다.

새벽에 잠이 들고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덜컥 2016년형 맥북 MacBook 12인치 모델을 주문했다. 13인치 프로 레티나 모델은 아무래도 매번 들고 다니기에 무리가 있다. 가을 즈음 새로 나온다는 미지의 13인치 프로 레티나 모델이 생각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초박형으로 나온다고 해도 결국 프로 모델이 두 개일 필요는 없다고, 혼자 세뇌하고 혼자 이해했다.

11시 넘어 나가서 천천히, 쉬면서 물 마시고 커피 마시고 하며 10km를 채워 뛰었다. 31도의 더위보다 더 괴로운 건 높은 습도와 복사 열기와 물처럼 떨어지는 땀이었다. 구름이 끼었더라도 요즘 같은 시기에 낮에 뛰는 건 자살행위였다. 작년처럼 매일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일주일에 두어 번만 뛰게 되면 좋겠다. 아침에는 운동, 저녁까지는 일. 이런 조화로 여름을 나고 싶다.

세탁기 안의 빨래를 널고, 샤워를 마치고, 다시 생긴 빨래들을 다시 널고서 오후 느지막이 이화동에 왔다. 그래도 여전히 시끌벅적한 대학로 바로 옆이면서도 고고히 고즈넉하고, 소박한 골목길 안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영세 사업자들의 가게가 동네 터줏대감들과 영위하는 동네다. '목소리'라는 이름의 학교 간판이 -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종교 시설 같기도 하고 - 이토록 어울리는 동네가 또 없다. 찌푸린 구름이 서서히 제 갈 길을 가고서 늦둥이처럼 눈치 없이 나타난 지는 햇살이 골목 곳곳의 녹슨 철골들에 선명한 그늘을 만든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 2년 만인가, 가기로 한 체인점 커피숍까지 가는 길에 귓속 이어폰으로는 며칠 전 생방송으로 본 손석희와 공유의 인터뷰를 다시 들었다. 권위가 있을 법하지만 부드럽고, 툭 던지면서도 날카로워야 할 시점을 놓치지 않고, 무엇보다 인터뷰이로부터 존중받는 모습을 다시금 들었다.

새로울 것 없는 동네의 속살을 혼자 땀 뻘뻘, 흘리며 음미하느라 이곳에 와야지 마음먹은 시간보다 결국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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