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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11. 2016

며칠 서울

2016년 7월 11일

며칠 서울이 너무 무덥다. 불쾌지수와 습도, 여러 생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 어울린다.

월요일 오후 미팅을 마치고 몇 시간인가 걸었다. 주위 모두가 스타벅스 Starbucks 커피숍을 좋아하는데, 남 신경 쓰지 않고 노트북 컴퓨터로 일할 때 빼고는 '체인점' 커피숍에 잘 가려 하지 않는 내가 요즘 이곳의 장점을 조금 깨닫는다. 어디든 균일한 커피 맛과 꽤 많은 콘센트 같은 것들. 서교동부터 걷다가 서대문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새로 나온 우유 섞은 커피를 들이켰다. 몇 주간 세 번이나 이 동네를 가로질렀다. 거대한 건물들과 넓은 도로에 오기 전 지나친 아현동 골목은 어쩐지 흉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축 처져 있었다.

첫 민방위 훈련을 지난 금요일에 받았다. 찌는 더위의 날이었다. 길고 어려운 원고를 하나 넘긴 날이기도 했다. 성취감과 야릇한 자기 보상 심리가 섞인 밤에는 소주를 마셨다. 친구들을, 연인과 동생을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땅에 모래처럼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이야기들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오늘 오후에 들은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대한민국 면적만 한 땅에 고작 33만 명 남짓 산다니.

요즘 밤에 여러 사진가의 작업과 이야기를 찾아보는 취미 아닌 취미가 생겼는데, 멋지고 때깔 좋은 상업 사진들과 퍽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땅을 딛고 서서 전혀 다른 눈으로 셔터를 누른다는 게 새로울 것 없건만 새로 다가온다.

새벽부터 밤까지 땀이 멈추지 않지만, 뭐 이런 날씨는 또 이런대로 지나겠거니. 코가 이미 석 자인데 또 누구 생각을 하는 거니, 스스로 물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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