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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Sep 09. 2016

가을이 성큼, 하고 온다

2016년 8월 26일

매년 그렇게 덥다가도 - 올해 더위는 태어난 이래 살아온 삼십몇년 중에도 최상위권을 차지했지만 - 언제나 가을이 성큼, 하고 온다.

오늘은 모두가 새벽 내내 땅을 적신 비와 그 이후 찾아온 상쾌한 파란 하늘, 대뜸 느낄 정도로 뚝 떨어진 기온에 반가운 금요일을 맞이했을 것이다.

새벽에 깨어 있었는데 빗소리가 에어컨 실외기를 때리는 소리에 테라스 창문을 조금 더 닫아버렸다.

노을 또한, 불그스름하니 홍조를 띠고 다시 퇴근길 동네 호프집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은 젊은 부모들과 킥보드를 끌고 나온 아이들로 가득 찼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비가 조금 더 자주,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농민들이 울상 짓지 않을 정도로만.

뒤끝이 남은 불볕더위는 다시 9월 초순 사람들 일상을 파고들겠지만, 매년 가을이 온 날을 일기로 쓰고 훗날 그 일기만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시 종로와 압구정동 귀퉁이에 들어선 포장마차에 방문해야 할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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