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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Oct 16. 2016

립밤

2016년 8월 29일

며칠 전만 해도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더니 8월 끝자락, 29일 새벽에는 17도로 수직 낙하했다. 그야말로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다.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돌아다니기에는 갑자기 찾아온 가을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워서, 오후 느지막이 전시장에 나가면서 지난 도쿄 여행에서 사 온 아페쎄 A.P.C. 지퍼형 후드 파카를 걸쳤다.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 또 다른 신체의 변화는 누가 뭐래도 입술이 튼다는 것이다. 지금껏 다양한 립밤 lip balm을 썼지만 올해는 멘소래담 Mentholatum의 '딥 모이스트 멘톨 Deep Moist Menthol 4.5g'을 쓴다. 성인 남자 집게손가락보다 짧고 둥글다기보단 타원형으로 납작하다. 편의점에 파는 빅 Bic 라이터 소형보다 0.3mm 정도 높다.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무취에 감촉도 적당히 끈적하다. 바를 때 입술 색까지 변하는 종류는 전혀 취향이 아니고, 멘솔이라 그런지 입술이 천천히 시원해지는 느낌이 좋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런 허튼 생각도 했다. 립밤이든 립글로스 lip gloss를 발명하기 전,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부르튼 입술을 적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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