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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Feb 23. 2017

어느 밤

2016년 10월 27일

어느 밤 대화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혹은 그저 흘러버린 동안 작정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서서히 멀어진 관계들이 있었다. 어느 소란스러웠던 밤의 만남에 자연스레 잊은 기억들을 복기했다.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몇 명과 나눈 짧거나 긴 대화는 사실 하릴없었다. 자리에 없던 추억과 사람들 몇으로부터 튀어나온 조각, 덩어리 몇 묶음 정도였다.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리며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듣더라도, 지식인처럼 모든 사회 이야기에 열성적으로 수저를 얹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이 침전물처럼 밑에 깔렸다. 여러 사람 사이에 그저 섞여 있고도 싶다.

나이를 먹으며, 나이 든 사람들이 '자신'을 이야기할 때를 본다. 그 안에 속사포처럼 튀어나온 친구라는 '남'들과 면과 선 사이, 점처럼 '남은' 사람들을 말할 때가 있었다. 어른인 내게도 여전히 어른인 이들이, 자신을 위해 가까운 위치의 사람들을 과시하며 냉정과 유머를 섞어 드러낼 때 역시 씁쓸해진다. 나를 이야기하며 남을 끌어들여야만 하나 싶어서.

조용하고, 여름보다 더 깜깜해진 새벽에 길을 그렇게 걸으며 다들 외롭구나, 되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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