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9일
스무 살 이후, 그러니까 투표권을 행사하고 정치에 관심 둔 이래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인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대통령은 이랬다.
노무현 (지지함, 당선)
조지 부시 x 8년 (지지 안 함)
이명박 (지지 안 함, 당선)
버락 오바마 x 8년 (지지함)
박근혜 (절대 지지 안 함, 당선)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한국 정치에 현실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두 국가는 미국과 북한이다. 일단 북한은 정식 국가로 보지 않고 정치를 논하는 의미가 없으니 열외로 둔다. 지금껏 한국과 미국 대통령 중 고 노무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를 빼고 전부 원하지 않은 인물들이었으며 앞으로 또 4년이 추가되었다. 미국 민주당은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도 망했다.
섣부른 예측이겠으나 힐러리 클린턴은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버니 샌더스가 4년 후 대통령 후보로 나설 일도 없을 것이다. 21세기 모든 미국 대통령이 전부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도 지금은 공포다. 현재 똑 부러지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마쳐가는 미셸 오바마에 그나마 기대할 수 있을까.
성선설과 궤를 같이하는 '모두 함께'라는 가치가 '선명한 이익'이라는 가치를 사실상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는 점 - 브렉시트가 애교로 보이는 트럼프와 클린턴 투표인단의 차이를 보라 - 에도 경악한다.
소외된 백인 다수가 세상을 움직였다는 분석, 즉 주류가 아닌 변두리에 선 사람들의 성공담이라면 평소에는 열광할 요소가 한둘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농담으로라도 미소조차 지을 수 없다. 트럼프의 자국 이익 최우선 발언과 정책 방향이 그에게 몰표를 준 인종의 은연중 드러날 우월주의와 맞물려 점차 세상이 '차별'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수사적인 우려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현실에 직접 영향 끼칠 것만 같은 생각이 너무나 든다.
정치가 무언가 바꿀 수 있다고 여전히 믿지만, 그 믿음은 언제나 내가 속한 집합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바뀌고 있다. 세상은 순진한 내 기대보다 훨씬 악의, 혹은 악으로 물들었다. '설마'했던 생각이 너무나 쉽게 벌어진다. 20세기 초반 열강과 제국주의 시대가 100년을 넘어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진심으로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