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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24. 2015

신간 잡지

2015년 3월 25일

단단히 밀봉되어 온 신간 잡지를 쓱 봤다. 두께만큼이나 이 한 권을 그 짧은 시간에 만들었을 노고가 절로 떠올랐다. 원고를 하나 써서 잡지가 왔으니 나도 적게나마 일조했다. 그런데, 이 한 권을 진중하게 보기 어렵다. 고작 잡지 한 권에 피로를 느낀다. 동시에 드는 건 일종의 기시감이다. 한 권의 잡지를 보면서 몇 사람의 컨트리뷰터들과 그들의 작업이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몇 개의 아이템과 이야기들은 되새김질할 가치를 느끼고, 솔직히 '별로'라며 넘길 수 있는, 타협할 수 없는 지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잡지를 참 좋아하는 내게 한국어로 쓰인 이 종이뭉치들은 어째서 피로감을 주나. 아마 나는 이런 이야기를 몇 년째 하고 있을 테고.

가장 큰 이유는 일종의 기대감 아닌가. 기대감이 크거나 혹은 컸다. 반대로 내 머리도 컸다. 뭔가 얄팍하게 보일 때가 있고 그 안에 짜 맞춘 것처럼 매끈히 들어선 사람들이 칭송하는 어떠한 종류들이 모두 나를 찡그리게 한다. 불편하게 한다고. 뭐 더 길게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푸념이다. 누가 물은 것처럼, 우리나라 잡지에서 중간지대를 찾는 건 양극단에 가는 것보다 몇십 배 어렵다.

완전히 다른 얘기지만, 요즘 어디선가 '초대'하면 웬만하면 다 가려고 한다. 같은 시각에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나, 부득이한 경우를 빼면 더 그렇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누구에게 인사하고 말하고, 무얼 또 하고, 그들은 왜 부를까. 자칫 경계해야 할 타성 아닌가. 이것 또한 사람들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종류의 일도 아닐 것이다. 숫자와 양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의문은 별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리스트'에 있었겠지. 다년간 축적하여 지금까지 이어진.

드러나지 않게 회사에서 일하고 공동의 목표가 보람되는 삶은 거리가 멀었다. 요즘 달리고서 조금 쉬었다가 일한 후 집에 와 저녁을 먹고 다시 쉬었다가 자는 일상을 반복하며, 가끔 상상한다. '그런' 삶은 어떤가. 꽤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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