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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Nov 10. 2023

우리의 모든 주위

2023년 11월 10일

사람은 순간의 칭찬이나 실수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무수한 축적으로서 지금을 산다. 산 날은 우리가 (적어도 내가) 알고, 살날은 사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가끔 내적인 상처를 입거나 아쉬움이 커져 목 밖에 탄성 같은 것으로 흘러나올 때,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잡았다. (오늘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하루를 보낸 어느 날, 지친 몸으로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듣고 그래도 마음이 풀린 적이 있다. 칼 같은 인과와 논리가 우리의 모든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는 않다. 어제보다 더, 오늘보다 더 잘해야지, 같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날의 아쉬움이 다른 날의 깨달음 비슷한 것이 된다면 족하다.


살면서 제법 좋은 일이나 칭찬받을 무언가도 있었으나, 분명하게 더 작고 커다란 그릇된 선택과 실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두 발로 걷고, 주말의 시간을 생각하고, 기대하거나 두근거리는 가깝고 먼 미래를 상상한다. 사는 게 즐거워서 미칠 것 같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체로 옳다고 믿은 것을 — 무수한 실수의 사이에 — 택하였고 그것이 모이고 모였다. 그것에 나는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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